그래도 봄은 온다 김태범 세상이 멈춰 버린 봄날 홀로 텃밭으로 나와 부지런히 이랑 들이고 포근하게 비닐 씌워 한 알 한 알 옥수수 심었다 사월의 찬바람은 자꾸만 봄날을 희롱하지만 이랑 속 한여름의 꿈은 하루가 다르게 어둠을 뚫는다 바람의 심술에 애태우며 몇 날 잠을 설치다가 기어이 어둠을 박차고 말끔하게 눈을 뜬 새 아침의 환희를 본다 코로나로 빼앗긴 봄날이지만 그래도 봄은 온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다람쥐의 건망증 용케 찾았나 보다 삭풍에 눈발이 흩날리는데 배고픈 다람쥐 한 마리 마른 숲에서 낙엽 더미 뒤적이더니 꼼지락 오물오물 맛있게 먹는다 용케 찾은 도토리 한 알로 주린 배를 채우고 있다 툭 투둑 가을이 떨어질 때 이리저리 신나게 뛰어다니며 겨울 땀을 미리 흘린다 여기저기 열심히 곳간을 감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