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문학인길벗 무크지 '시삶' 5호가 나왔다
이번 문집에는 심소정의 동화 호랑이 동굴을 비롯해서 시 특집 '내 시 한편에 남긴 나의 삶' 편에 우아지의 작가는 언제나 혼자이며 또 여럿이다, 조말선의 너는 토와 토 사이에 갇힌 마, 송진의 이 세상은 무엇으로 둘러싸여 있는가, 고훈실의 어느 봄날의 파국, 김석이의 음악의 집, 김려의 그곳에 온전히 있기 등이 시와 시인의 삶을 오롯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집 평론엔 오늘의 한국시 성찰과 전망 구모룡의 현대인의 삶과 시의 효용, 송용구의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한국시의 사회적 역할과 전망, 김남영의 시야, 어디냐 등이 시의 이정표를 제시해 준다
허정의 평론은 다시 읽는 길벗의 시를 통해 코로나 담장을 넘어가는 왁자지껄한 말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번호의 서문에서 신진 시인은 시의 위기, 인간의 위기에 울리는 경보음에 대해서 시삶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5호에 수록된 시에는 류명선의 칠순 고개를 넘어서니 외1편, 조성래의 산막 외1편, 이문영의 시인 외1편, 김영옥의 소서 즈음에 외1편, 배재경의 Hot!War Game 외1편, 김참의 동백숲 외1편, 배기환의 가시 돋친 말 외1편, 안효희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백년이 지나간다면 외1편, 서화성의 밤의 침묵 외1편, 박춘석의 경비원 외1편, 한보경의 우리는 머나먼 이국에서 온 이방인이어서 외1편, 김윤수의 오월의 봄날을 가다 외1편, 임혜라의 반지 외1편, 권오주의 시간의 계단 외1편, 정대인의 적금 외1편이 수록되어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시조는 전연희의 화창한 봄날 외1편, 손증호의 문득 외1편, 변현상의 대숲에 들다 외1편이 읽을거리를 더해주고 있다
이가시다시이가시
-자개농 안에서 99
송 진
조용한 손가락
고요한 어깨
빨강
노랑
파랑.
빛으로 살아남으려는 자 누구인가
힌 눈은 알맞게 내려 생의 의욕을 적당히 부풀리고
기억의 시간은 대서양으로 나아간다
곧 알게 되리라
모욕과 굴욕의 마침표가 어디쯤인지
소금에 절인 얼굴을 찢어 바다에 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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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슬포
고훈실
모슬포 바다를 본다
아버지보다 늙은 남자가 지나간다
비루먹은 개 한 마리 내 눈치를 보며 옆에 앉는다
개의 무릎을 베고 누운 등대 불빛이 방파제를 떠돌고 있다
아직 고패질을 멈추지 않는
파도,
슬하를 떠나지 못한 바다가 내게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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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집
김석이
감정의 선율들이 높낮이를 그리면서
삶이라는 오선지에 자유롭게 날고 있죠
마디는 단단한 기둥 느슨함을 잡아줘요
리듬의 어깨에다 지친 몸을 기댑니다
녹이 슨 아픈 마음 어루만져 닦아내고
닫힌 창 열어젖히며 절망을 조율해요
마음속을 넘나드는 음역은 무한대죠
무거움은 덜어내고 뾰족함은 궁글리고
희망의 현을 켜면서 햇살 가득 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