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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사라진 시대의 서정시-황정산 평론집

황정산 문학평론가의 평론집 "별이 사라진 시대의 서정시"가 나왔다. 우리 시대의 시정시집들을 중심으로 제1부 서정시의 힘, 제2부 별이 사라진 시대의 서정시, 제3부 서정시로 읽는 세상의 깊이와 두께, 제4부 서정으로의 초대 등 이은봉 이영춘 문효치 김완하 김도연 정병근 김예강 오민석 등 30여 명의 시집을 중심으로 서정시의 언어의 두께를 조명하고 있다.시, 특히 서정시는 이렇게 점점 납작해지는 언어를 부풀려 풍부한 언어로 만드는 일이다. 그것은 언어의 상투화와 폭력성으로부터 원래의 생생한 힘을 되찾게 하는 작업이다. 시를 쓰는 것은 지시적이고 환기적인 언어의 본래적 기능을 회복하여 감추어진 세상의 진실을 파헤치고 삶의 현장에서 우리가 우리의 정신에 축적한 많은 사유와 정서를 기억하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카테고리 없음 2026.10.06

엄마, 땅에도 별이 있어-박동식 시집

이 시간에는박동식영혼이 영혼을 두드리는 시간싸늘한 불빛은길 잃은 그림자마저 지우고옷깃 여미는 시곗바늘은 동굴 속 박쥐의 눈매를 가린다책상 위 흰 종이의 먹은사라진 날들의 떨어진 낙엽을 바라보고뒹구는 머리카락은방바닥의 바퀴들을 줄 세운다애매한 몸부림은눈썹 두꺼운 중력을 모른 체하고쌓인 책갈피의 뾰족한 모서리는언제 자기를 찾아줄지 하염없이 기다린다영혼의 틈새가 바람길을 찾아누군가의 기운을 일으킬 손짓을 만들어도금세 바위의 심장이 어깨를 누른다돌고 돌아 찾아든 대문의 나무고리가 열리고마주하는 그림자의 흔적이 흰빛을 받아도금세 뼈 부러지는 굉음의 메아리가 울린다영혼의 영혼을 부르는이시간에는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자식 교육글자를 묻고 숫자를 물으면그냥 놔둘걸책 하나 던져주고네가 알아서 하라고 할걸자전거 타는 ..

카테고리 없음 2026.10.05

감정노동자-정지윤 디카시집

제1회 윤동주동시문학상을 수상한 정지윤 작가의 디카시집을 읽었다. 2024 대구신문 디카시 대상, 201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2015년 경상일보 신춘문예와 2014년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 동시로 등단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정지윤 작가는 시집 나는 뉴스보다 더 편파적이다. 시조집 참치캔 의족, 투명한 바리케이드, 동시집 어쩌면 정말 새일지도 몰라오, 전달의 기술 등의 저서를 출간했다. 전태일문학상, 김만중문학상, 신석정촛불문학상, 중앙시조대상 신인상을 수상했다. 정지윤이 왜 디카시의 세계에 뛰어들었을까. 우선 필자의 눈에 들어오는 주안점은 이 시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그의 사진 촬영 기법이 일정한 수준을 넘어서 있다는 사실이다. 이 빚나는 사진들을 사뭇 유효하게 활용할 수 있는 문예 장르,..

카테고리 없음 2026.10.04

영주의 독립서점 책방, 하리

경북 영주 공설시장 입구에 있는 작은 독럽서점 책방, 하리에 다녀왔다.마침 점심 시간이라 맞은편에 두부를 직접, 만들어 파는 집이 눈에 들어와 칠천 원짜리 착한 순두부로 허기를 채우고 레트로 분위기가 돋보이는 핸즈 커피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잔 하고 책방으로 향했다. 책방지기는 소소한 감각에 진심인 것 같았다. 책꽂이 전시되어 있는 책마다 정성스레 포스팅한 글이 붙어 있어서 책을 선택하는데 가이드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어느덧 4년째, 전국의 독립서점을 찾아다니면서 책을 사고 계간 시와징후에 소개하고 있다. 독립서점이 지역의 독서인들에게 소중한 마중물이 되기를 바라는 진심을 담아 응원하고 있다.

카테고리 없음 2026.10.02

돌아오지 않는 소리-최문규 시집

가을 무렵최문규산들이 가을 색을 머금었다가을이 새삼 아름답게 보인다나도 가을 색을 머금기 시작했다 내 마음의 가을을 아름답게 보고 싶다가을쯤엔 고향에 가서 살아야겠다고구마 캐고 돌게 잡고 조개 캐면서낭만을 잡으며 살아야겠다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까방숨차게 달려온 날들이다중년에 둘러본 나뭇가지는꽃을 피우지 못했다나는 남에게 까방권*을 얻고 싶다다 지우고 새로 살고 싶다나의 주변을 사랑하지 못하고나 자신을 아끼지 못했다간절히 세상을 품지도 못했다나는 지금 까방을 외치고 싶다*잘못을 저질렀을 때 비난이나 악성 댓글을 면제받을 권리를 속되게 이른 말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마지막 고백회색 콘크리트 틈새로병원은 숨을 죽인다잿빛 하늘이 울기 전,내 눈이 먼저 무너진다사랑한다는 말로 처음 고백했던 날그녀는 햇살..

카테고리 없음 2026.10.01

복숭아 구름-박차숙 동시집

복숭아 구름박차숙우리 집 과수원에복사꽃 선녀들이내려와 앉았다바쁜 부모님 곁에서나를 돌봐주었다향기 이불 덮어주고분홍 이불 심어주고나도 복숭아도분홍분홍동글동글포동포동노을을 타고하나둘선녀들은 돌아갔어둥실 두둥실이른 새벽복숭아 구름복사꽃 향기퍼진다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사춘기난 엄마를 잘 알아엄마 속에들어가 봤거든하지만 엄마는내 속을 모르잖아그치?그런데 엄마!나도 내 속에는 안 들어가 봤어그래서일까?나도 나를 모르겠어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난 가끔 네모가 되고파모난 각에 찍혀도동글동글동글굴리면 굴리는 대로데굴데굴데굴가까스로 멈추어도기우뚱기우뚱난 가끔 네모가 되고파이런 마음 몰랐다고?거봐?난 이렇게어디로 튈지 모른다니까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구름은 가볍지만 그 안에 비를 품고 있다. 복숭아 구름도 그렇..

카테고리 없음 2026.09.30

어둠이 늘 나를 마중나와 주었다-김황흠 시집

녹슨 손의 봄김황흠집 뒤란 장대에 걸린호미, 갈퀴, 괭이, 쇠스랑한때 하루도 쉬지 못하던그 손길쇠끝마다 슨 녹은주인을 기다리다 지친 시간의 가루다갈라진 나무 자루는내 손바닥 굳은살 닮아서로의 무게를 안다호미 한 자루 쥐자쇳내와 흙내가 섞인 냄새가코끝을 스친다가자, 밭으로가자, 봄으로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지심매기며칠 밭에 안 갔더니방동사니, 여뀌, 비름.....종일 허리 굽혀 뽑아도산등성이 해는어느덧 저문다다 못 뽑은 풀들 보고일어서는 그림자내일 몫을 남겨두고돌아서는데농로 건너 봇도랑개구리 떼창하늘 곳곳에잡초처럼 별이 자란다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새마을 점방장맛날이면밤낮없이 들락거리던 점방단잠 깨우면또 술인겨웃으며 막걸리를 내주던 아침적당히 마시라며손등으로 툭 던지던 말 한마디 대신이제 그 문은 ..

카테고리 없음 2026.09.29

풍장의 시간-엄태지 시집

풍장의 시간엄태지경로당 봄볕 아래 자전거 한 대 삭아가네안장 없는 안장에넝쿨 풀 무성하게 올라앉아 있네한때는 굴곡도 가뿐 사뿐 넘었을 거야무소의 뿔처럼바람을 가르던 푸른 질주사이로 조금씩 뼈대들은 조금씩 어긋났겠지망가진 뒤에야 주저앉게 되는 관절들처럼바퀴는 멈췄을 거야속력을 잃은 저 붉은 녹근육페달 없는 페달에 바퀴 없는 바퀴가 굴러가네차르르 바람 물결시나브로 바람으로 돌아가는 풍장의 시간풀들이 붉은 핸들을 잡네뿌리로 내리는 풀빛 종소리바퀴를 버린 자전거를 풀들은 어디로 끌고 가는 것일까만장처럼 휘날리는 붉고 흰 꽃 무리속도를 얻은 자전거 한 대가빠르게 삭아가네 붉게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진다는 말진다, 이 말 참 좋다별이 지고 꽃이 지고 계절이 진다는 말오늘 지인의 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부고가 왔다..

카테고리 없음 2026.09.28

괄호 열고 괄호 닫고 그리고-정용채 시집

꽃눈은 아리다정용채수십만 개의 꽃눈을 달고 나를 바라본다꽃눈으로 들어간 어떤 이가 자꾸 빠져나오려 애를 쓴다저마다 눈 속에 누굴 담고 있길래저리 그리운 몸짓으로 부풀어 오르나내가 꽃눈 속으로 비집고 들어가자꽃가루, 그리움으로 날린다눈 속으로 충혈된 꽃눈이 들어온다사물은 죄다 눈으로 들어오기 마련이지만그래도 꽃눈은 아리다연분홍 꽃잎이 나풀거리며 피어난 봄날수십만 개의 눈동자가 일제히 날 쏘아볼 테지대체 그때는어디다 눈을 둬야 너하고만 나누는 눈짓이 될까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마스크희거나 검거나 둘 중의 하나자꾸 두꺼워지는 얼굴이 두려워반은 가리기로 했네어차피 다 드러내도절반도 드러나지 않는 속내반쯤 가린다고 해서 문제 될 건 없지그래도 다행이야진실이 녹아있는 눈은아직 가리지 않잖아지금은 두 귀를 오므려..

카테고리 없음 2026.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