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로부터 안용산 밭둑으로 두 줄기 물이 서로 부딪쳐 억새를 키우고 있다 해마다 감자를 심으려 할 때 실하게 뻗어 들어온 뿌리와 부딪친다 뽑으면 뽑을수록 더욱 번지는 뿌리가 없다면 어떻게 그때를 알겠느냐 물이 넘쳐 발이 휩쓸려 나가고서야 보았다 너를 보았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구멍이 하늘이다 깨졌다 뒈니 장독대 깨진 것들만 놓여 있다 깨지지 않았으면 벌써 사라지구 말았을 게다 그래서 너를 보았다 깨진 떡시루 엎어진 구멍이다 구멍만큼 단풍나무를 키우고 있었다 구멍으로 바람이 들어왔다 나갔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시간의 그림자 이제 잊을 때가 되었다 문밖을 나가다가 순간 어떤 그림자를 보았다 대숲을 흔들고 급하게 사라진 저것은 무엇일까 대숲은 여전히 흔들리고 있었고 흔들릴수록 높이 올라가는 굴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