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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의 위치-복효근 시집

김남권 2023. 1. 30. 09:09

무덤

복효근

더 이상
덤이 없는 곳

그러니까
이 생은 덤이라는 뜻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초승달


초저녁 초승달 하도 이뻐서 나가서 보고 왔다가
저녁 먹고 또 나가서 보고 왔다
잠시 후
또 달 보러 나간다고 했다가 혼났다

아직도 내가 그 여자 생각하는 줄 아는 모양이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지은 죄


좀 부족했던 그 아이
내 눈총깨나 주었는데
어느새 자라서
5일장 생선 좌판가에 앞치마 두르고 아는체합니다
생선 사러 갔다가 차마 못 사고
둔전거리다 돌아오는데
생선만도 못한 내 선생질이
소금 뿌린 듯 쓰라렸습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핸드폰


단언컨대 핸드폰만 버리면
단 사흘만에 다 잊을 수 있다
너,
그리고 나까지 완벽하게

신이 사라질 자리에 무엇이 남겠는가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어미


늙은 호박을 딴 지가 며칠인데
덩굴에 호박 매달렸던 자리
진물이 흐른다 아직도
허공에 젖을 물리고 있는

아, 어미라는 것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복효근의 시 중심의 위치 외 67편에는 짧으면서도 정서적 울림이 큰 독창성과 형식의 새로움을 갖추고 있다. 시와편견이 추구하는 상의 취지에 어울린다는 점에서 기쁜 마음으로 당선작에 추천한다.
-황정산 시인

제2회 시와편견문학상 수상자로 복효근의 시 중심의 위치 외67편을 당선작으로 밀어 올린다.
그의 시에는 단형 양식의 서정적 응축과 소통이 순조롭고 활기차다. 시의 특성과 본질을 효과적으로 살려낸 복효근의 시는 정서적 울림과 그만의 시 세계를 이루어내고 있는 성취에 대한 힘찬 응원의 박수이다.
-구모룡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