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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의 위치-복효근 시집

무덤 복효근 더 이상 덤이 없는 곳 그러니까 이 생은 덤이라는 뜻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초승달 초저녁 초승달 하도 이뻐서 나가서 보고 왔다가 저녁 먹고 또 나가서 보고 왔다 잠시 후 또 달 보러 나간다고 했다가 혼났다 아직도 내가 그 여자 생각하는 줄 아는 모양이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지은 죄 좀 부족했던 그 아이 내 눈총깨나 주었는데 어느새 자라서 5일장 생선 좌판가에 앞치마 두르고 아는체합니다 생선 사러 갔다가 차마 못 사고 둔전거리다 돌아오는데 생선만도 못한 내 선생질이 소금 뿌린 듯 쓰라렸습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핸드폰 단언컨대 핸드폰만 버리면 단 사흘만에 다 잊을 수 있다 너, 그리고 나까지 완벽하게 신이 사라질 자리에 무엇이 남겠는가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어미 늙은..

카테고리 없음 2023.01.30

바람과 놀다-나호열 시집

봄비 나호열 알몸으로 오는 이여 맨발로 달려오는 이여 굳게 닫힌 문고리를 가만 만져보고 돌아가는 이여 돌아가기 아쉬워 영영 돌아가지 않는 이여 발자국 소리 따라 하염없이 걸어가면 문득 뒤돌아 초록 웃음을 보여주는 이여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토마스가 토마스에게 사랑해 이 짧은 시를 쓰기 위해 너무 많은 말을 배웠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사랑의 온도 사랑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아무리 뜨거워도 물 한 그릇 데울 수 없는 저 노을 한 점 온 세상을 헤아리며 다가가도 아무도 붙잡지 않는 한 자락 바람 그러나 사랑은 겨울의 벌판 같은 세상을 온갖 꽃들이 다투어 피어나는 화원으로 만들고 가난하고 남루한 모든 눈물을 쏘아 올려 밤하늘에 맑은 눈빛을 닮은 별들에게 혼자 부르는 이름표를 달아준다 ..

카테고리 없음 2023.01.29

꼭,지켜야 할 일-임승훈 시집

아기 풀꽃 임승훈 언덕배기 자갈길 돌아 잡초와 가시덤불 사이에서 배냇짓하는 손녀의 작은 눈꽃 가시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등을 다독거려 주는 산들바람에 햇살이 따라 들어와 웃고 있다 얼굴이 작아서 앙증맞은 외꽃같은 고향초 천연덕스럽게 졸고 있다가 안 그런 척 고개 숙이고 있네 작은 씨방에 숨어있던 꽃술이 마중나와 햇살의 웃음을 물고 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기다림의 끝에서 곧게 뻗어 있는 나무마다 흘러내린 눈물 자국 상처 난 자리 멍울 자국에 매달린 은방울 거두지 못한 아픔이 눈물이 되어 햇살에 반짝인다 바람 부는 날에는 가루로 날아서 수정하는 날 나비처럼 멀리 날아가는 날 그날을 기다리는 나무 잣 익어가는 콩트 소리에 솔방울에 다가가는 다람쥐 귀를 쫑긋 세워 엿듣고 있다 단단한 솔방울 속에 몸을 ..

카테고리 없음 2023.01.28

페이드 인-박 순 시집

미늘 박순 당신에게 갇혀서 길을 걷다 보니 길을 잃었다 당신을 뒤쫓는 당신의 거울 당신을 피해 도망치듯 뛰어가 숨었다 비는 하염없이 내리며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새는 젖은 날개를 포개며 잠을 청하고 있다 울음을 꾹 참고 있는 꽃망울들 굶주린 산짐승의 서늘한 눈빛이 빛나는 시간 어둠의 소리들이 모여들고 있다 뇌는 이미 암전이다 두 눈은 깜박거리지 못한다 숨을 토해내고 있는 불규칙한 시간들 목을 더 움츠려, 목이 있는지 없는지,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 기억 속의 문장들이 내 길을 가로막는다 물방울처럼 부호로 튀어 오르고 있다 발버둥치며 울었던 시간은 또, 빗물에 씻기고 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안녕 그림자를 썰며 다가온다 또각또각 소리 들린다 나를 붙드는 벼랑 잭나이프를 들이댄다 입을 틀어막고 두 손을..

카테고리 없음 2023.01.27

나호열의 시읽기-4인4색 토크 큰서트

'나호열의 시읽기' 4인 4색의 시를 탐하다 공감 콘서트가 25일 오후 3시,도봉구민회관 편지문학관 프로그램실에서 열렸다 나호열 시인의 진행과 해설로 서혜경. 조하은 최경선, 최윤경 시인의 시집 속의 시를 주제로 토크 콘서트가 이어졌다 경희대학교 시원문학회에서 오랜 시간 시로 교류해 온 시인들이 시집을 상재하고 상식과 감정의 싸움에서 살아남은 기억들을 쏟아내는 자리였다 나호열 시인은 상식과 감상과의 싸움을 부연해 보면 상식의 파격, 감상의 환상 전복, 이렇게 풀이해 볼 수 있겠다고 밝히고 새롭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부단한 인식의 훈련과 자기성찰에서 맑게 닦여진다고 강조한다. 일시적인 감정은 아름다워 보이지만 그리 오래가지 않는 법이어서 깨달음이라고 까지 할 수 없어도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 이운..

카테고리 없음 2023.01.26

화전-심봉순 장편소설

설 연휴 동안의 숙제를 끝냈다 심봉순 소설가의 장편소설 '화전'을 다 읽었다 다른 일을 하며 틈틈이 보게 된 '화전'은 심봉순 소설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배추' '제천' '화전'으로 이어지는 심봉순 소설의 카테고리가 완성되는 느낌을 받았다 소설 '배추'가 농촌의 현실을 그린 서정적 리얼리티였다면 '제천'은 심봉순 소설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충격적인 작품이었다 그리고 다시 2년에의 시간만에 샤머니즘과 환타지를 접목한 소설 '화전'을 출간한 심봉순은 작가의 말에서 글이 막힐 때마다 새벽 등산을 하며 근기를 잡았다고 한다 2년 동안 등산을 하며 끈기를 세우고 이야기를 만들고 상상의 알레고리를 연결한 의미를 알 것 같다 그가 작가의 말 말미에 '이 소설은 이 한 권으로 끝날 수가 없..

카테고리 없음 2023.01.24

손금 안에 연어가 산다-심승혁 시집

오해의 끝 심승혁 금 간 지 오래 별일 없는 듯 참아내는 벽을 믿었다 그런 날이 오래 벽은 그대로인 채 금은 깊어지고 사이로 물을 채우는 시간이었던가 그렇게 오래 벽은 멀어지고 금은 짙어져 호수가 된 얼룩을 가르는 검은 수심의 지느러미들, 와르르 집이 무너졌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비, 고란 무엇을 적어도 좋은 날이었을 테지 INFJ라든가 어머니 끝내ㆍㆍㆍ라든가 5월 21일은 당신을 만난 날이라든가 비가 많아서 젖었어 같은 자백이라든가 시간으로 파 놓은 고랑에 빗소리 졸졸 쌓여 잔뜩 흘러도 좋을, 없어도 상관 없지만 있으면 왠지 든든한, 지난 기록의 바랜 비고란으로 과거를 한 번 더 읽으면 생각이 아무리 비로 씻겨도 지워지지 않는 문신처럼, 점점 희게 지워지는 기억 위에 검게 그을린 필쳬처럼, 내일..

카테고리 없음 2023.01.23

오늘은 가능합니다-조영란 시집

이면지 조영란 연습된 표정에 빙의 되어 살아왔으니 나의 유일한 성공은 정면이 나의 얼굴이라고 믿는 너의 오해 손에 닿는 촉감이 낯설게 느껴진 것은 굴곡진 슬픔의 근육들 때문이지 아직도 모르겠니? 뒷모습을 네가 보았다면 또박또박 새겨진 내 마음을 읽을 수 있었을 텐데 텅 빈 이면만이 나의 진실이었으므로 답하지 않음으로 답했으므로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당신이라는 무늬 무늬를 갖고 싶었지 리듬을 타고 형형색색의 상징을 실어 나르는 당신이라는 날개의 빛깔과 꼭 닮은 나비를 만진 손으로 눈을 비비면서 눈이 먼다는 말을 들은 뒤부터 나는 나부끼는 것들이 두려웠던 아이 그러나 어디에 앉을까 자리를 고르는 날개들을 눈앞에 두고도 겁먹지 않았던 건 눈부신 무늬에 기대어 한 생을 건너갈 수 있을 거란 믿음 때문 어떻..

카테고리 없음 2023.01.22

꽃이삭 잔털에 머문 햇살-詩林동인 제7집

[초대시] 손 이홍섭 바다 위로 손 하나가 불쑥 떠오른다 불굴의 삶을 살았던 노스님이 응급실로 실려가며 손을 흔드신다 화장장에서 어머니가 외할머니의 손을 잡고 우신다 바다 위로 손 하나가 불쑥 떠오른다 깃발처럼, 섬처럼 떠올라 펄럭인다 산 자와 죽은 자의 안부를 묻고 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낙과 허 림 복숭아가 떨어져 있다 만개한 복사꽃 보며 언제쯤 오면 되겠냐고 물었을 뿐 구름은 안부조차 실어오지 못했다 비는 자주 내리고 어쩌다 눈 마주하는 복상 푸른 멍울엔 햇빛과 달빛의 여운이 감돌았다 언제쯤 오면 되겠냐는 문장이 속살 깊이 발그레하다 며칠 있으면 되겠구나 싶은 날이었다 누구도 알 수 없는 별세처럼 복숭아가 떨어졌다 익었거나 속 많이 아팠을 그대를 생각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

카테고리 없음 2023.01.21

계간 P.S 시와징후 신년회를 열다

계간 문예지 P.S(시와징후) 신년회를 강릉녹색도시체험센터에서 개최했다 1월 18일 오후3시, 문철수 발행인을 비롯해 황정산 정윤천 주간과 김혜주 류 흔 김효은 편집위원과 현승엽 운영위원, 이선정 이애리 심승혁 시인 등 안목 동인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김남권 편징장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신년회는 김남권 편집장의 창간호 경과보고에 이어서 황정산 주간, 정윤천 주간을 비롯한 참석자들의 소개와 인사말을 듣고, 가수 현승엽 님의 축하 공연을 듣고 계간 시와징후의 발전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낭항진 만찬 장소로 이동하여 편안한 식사와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틀째 아침은 각자 소망하는 자리에서 일출을 바라보며 백두대간 정맥의 기운을 받고 초당순두부로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커피 한잔을 하며 지난밤의 흥겨운..

카테고리 없음 2023.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