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섭 아재처렁 정희성 서귀포 흙벽집 귀퉁이 애기솥 하나 걸고 살던 가난뱅이 화가 중섭 아재 손바닥 은박지 서러운 도화지에 서귀포 앞바다 몰아넣고 산 만한 황소도 치닫게 하던 배고픈 아이들 다 불러 모아 천진난만 떠먹이고는 털게 사이로 아이들 사이로 한바탕 봄바람 들썩이게 하던 그 신묘한 명필처럼 시 한 줄로 목숨 하나 보듬어 줄 수 있다면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태평가 풀을 벤 저녁에는 털게처럼 웅크리고 잤다 바람이 들었는지 쇄골이 서늘했다 풀들은 꼿꼿했고 잠 속에서도 쓰러지지 않았다 새벽이면 생인손이 아렸고 손마디가 쓰르라미 날개처럼 떨렸다 내 푸석한 잠은 외롭고 풀을 벤 저녁에는 골바람이 따라 늙는 소리에도 뒤척였다 설핏한 꿈마저 자꾸 바스라졌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득음 백로 지나면 귤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