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 송혜교
배재경
인기배우 송혜교를 아시나요?
투명한 눈빛이 호수를 담듯 맑은 여배우
도톰한 입술로 뭇 남성들의 심장을 가로지른 여배우
송중기와 결혼해 부러움과 미움을 샀던 여배우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 전체로 인기를 누렸던 한국의 여배우
송혜교가 출연한 영화나 드라마를 당신은 본적이 있나요?
그 송혜교가 그냥 배우가 아니구먼유
그 송혜교가 이쁜 얼굴로 인가나 팔아먹는 배우가 아잉기라요
그 송혜교가 이것저것 인기작만 잡아먹는 공룡이 이니당께요
그 송혜교가 여의도 시정잡배들과는 참말로 다르메요
왜냐고요?
보세요
대한민국 정부조차 외면해온
중국 충칭 임시정부 역사유적지 한글 홍보물 제작
일본의 전범기업 미쓰비시 자동차 광고모델 거절
봉오동 전투 100주년 기념
카지흐스탄 크질오르다주립과학도서관에
홍범도 장군 대형 부조작품 기증
세계적 미술관에 한국어 브로셔 설치
대한민국 정치인들이 이런 일을 했나요?
대한민국 세계적 기업들이 이런 일들을 했나요?
당신은 어떤 일들을 해 보았나요?
반성합니다
다시 보는 송혜교!
다시 읽는 여배우
다시 태어나는 송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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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팔 번을 버리자
이제 십팔 번을 버려야겠다
멋모르고 내질렀던 나의 십팔 번들
즐거울 때마다 늘 따라다닌 나의 십팔 번
그녀를 앞에 두고 뜨겁게 뜨겁게 호소했던 나의 십팔 번
쓸쓸함에 방황하다 찾아든 노래연습장
내 십팔 번, 십팔 번이 어디 있지? 노래책을 뒤적이던
까짓것 세상사 이렇고 저런 것, 마음 놓고 내지르던 십팔 번
그동안 이 산, 저 산에서
이 골목 저 골목에서 흥얼거리던
결혼 뒷풀이에서 얌마, 너 십팔 번 불러
행사 끝낸 홀가분함에 자꾸 이놈 저놈 할 것 없이 끄집어내었던 십팔 번
누구랑 된통 싸우고 기분 전환한다며 잠 깨웠던 십팔 번
내 가슴 밑바닥에서 심심찮게 호기를 부렸던 그 십팔 번들
오늘부로 해고다
이제 나보고 십팔 번을 부르라 하지마라
나 아닌 누구에게도 십팔 번을 요구하지 마라
나 오늘 십팔 번의 실체를 알았다
저 바다 건너 우리 민족을 조센징이라고 부르는 건방진 것들이
제일 좋아하는 행운의 번호가 십팔 번이다
왜 아무도 그걸 안 알려줬을까
노래에 취해 그놈들 행운의 번호를 주억거리며
저놈들 복을 빌고 있었으니
쉰 네 번의 3.1절을 기념하면서
한 번도 부끄러움을 몰랐었네, 아이 부끄러워라
이제 십팔 번을 묻어버리자
애창곡, 제일곡, 1번곡, 무수히 많은 낱맡들을 두고
십팔 번이라니, 십팔!
이제라도 십팔 번을 질겅질겅 씹어버리시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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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을 고발하다 -미쓰비시
1873년 이와사키 야타로가 세운 미쓰비시 상회
1차 세계대전으로 디딤돌을 놓더니
2차 세계대전으로 200개 회사를 거느리는 대기업이 되었네
아하 미쓰비시여!
그대는 어찌 전쟁으로 부를 축적해야만 했는가
그대는 어찌 남의 민족의 피를 제물로 살아야만 했는가
현대판 협혈귀가 뉘 이던가
미쓰비시 자동차 광고
거액의 모델료가 주어지는 인기절정의 배우 송혜교
그대는 미쓰비시의 광고를 거절했다
한국 최고의 김앤장 집단이 전범기업을 대리하는 변호를 맡았음에도
그녀는 단칼에 전범기업 광고출연을 거절했다
하얼빈 독립관 운영비가 바닥나 문을 닫을 지경에
송혜교가 1년간 운영비를 지원했다
한국정부가 외면해온 그 일들을 송혜교가 했다
송혜교가 대한민국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제부터 나, 송혜교의 팬이 되겠구나
그 어떤 것도
전범을 사랑할 수 없는 거여
아!
쓰벌, 김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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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지어 매춘
램지어,
램지어!
처음엔 미래를 담보하는 특효약인가 했다
코로나가 극심하니 새로운 용어만 나와도 솔깃하다
더구나 하바드인지 하버드인지 대학 교수란다
지구촌을 경영하는 아메리카 최고 대학의 교수란다
글씨, 그놈이 지랄병을 맞았는지
햄버거 처먹다 모가지에 비계 딱지가 걸렸는지
우리를 생까고 있다
대한민국을 통째로 텅 허니 차버리고 있다
이놈을 우째 해버릴거나
일본 넘들에게 당한 것보담
저눔 램지인지 렘비인지
주둥아리를 지져야 하는디
어쩌누, 우리 누이들
남의 나라 채찍에 몰려
전쟁터 천막 안에서 유린 당한 누이야
그 통한을 저눔이 깡그리 무시해대니
저 아메리카 잡눔이
일본 넘들에게 정신을 팔아먹는 매춘을 해대니
로스쿨 교수란 넘이 국제 매춘을 일삼으니
참 가관일세
요즘은 교수 자격이
거짓부렁이 철철 넘쳐야 되는 직장인 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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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民生
이눔 저눔 할 것없이 걸핏하면 민생이다
아니 이눔 저눔들이 모두 민생을 챙긴다면
이 얼마나 좋은 일이냐
나라가 부강하려면 민생이 우선이니
이눔 저눔 할 것 없이 민생을 챙긴다니
그 얼마나 반가우랴
그러나 그눔들
민생 민생을 외치다
기자회견 뒷벽에 "민생부터!"
떡하니 붙여놓고
지들끼리 쌈박질이다
지들의 지들끼리는 더 쌈박질이다
이눔들은 정적 제거, 저거 편 비리 감싸기, 인사비리 덮기 ᆢᆢ
그러다 국민의 시퍼런 눈길이 고여 들면 민생부터!
그렇게 국민들 호도하려 민생부터!
탄핵이 무서우면 민생부터!
가면을 쓴다, 이런 시정잡배들이 있나!
민생이 너거들 쉬어나는 휴식처냐
민생이 너거들 숨어드는 방공호냐
이런 독구베이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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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형식에는 왕도는 없다. 물론 전통적으로 음악성을 중요시하는 서정시, 이야기로 풀어나가는 서사시, 극적 효과를 나타내기 위하여 드라마틱하게 쓰여지는 극시 등이 있겠으나 '기사시'라는 형식을 가지고 나타난 시는 지금까지 드물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함에도 나는 기사시라는 형식을 굳이 의식하면서 배재경 선생의 시를 찬찬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선생은 내게 원고를 보내기 전에 "김준태 선생님 좀 거칠지만, 사회적인 목소리가 담긴 것들이 많아 ᆢ지금까지 내 컴퓨터의 서랍에 묶어둔 것을 버릴 수가 없어서 한번 시집으로 펴내려고 합니다"라고 말한 것을 잊지 않음은 물론이다.
양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전쟁독재자 히틀러 치하에서도 열정적으로 작품활동을 전개한 독일의 베르톨트 브레히트 같은 시인은 시와 시인의 사회적 실천을 문학함의 핵심으로 삼았던 것을 기억한다.
배재경 선생은 특히 일본문화에 대하여 목소리를 낮추지 않는다. 한국인들이 노래방에서 불러 젖히는 일본문화, 일본식 일상어의 잔재인 18번을 꼬집는 것이랄지, 백화점에 걸린 욱일기 히노마루를 철거하도록 만든 호주 교민 양재현 씨를 그의 기사형태의 시 속으로 불러오는 것을 서슴치 않는다.
일제 강점기 식민치하에서 일본군 현지위안부로 끌려간 조선의 여인 누이들을 두고 매춘이라고 매도한 미국 하버드대학 렘지어 교수의 무지를 질타한다.
배재경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지금은 거의 한국문학의 신화처럼 읽히는 김수영 시인을 생각해본다.
김수영은 시의 내용에서 뿐만이 아니라 형식에서도 한국 현대문학의 아방가르드요 개척자다. 김수영의 시적 기법은 그만큼 모더니즘의 경향과 정치적 풍자가 강하다. 이처럼 배재경 시인의 시에서 김수영의 체취가 느껴진다. 거의 욕설에 가까운 비속어, 거칠은 목소리가 툭툭 튀어나오는 것은 김수영의 실루엣이 일정 부분 비춰들었다.
-김준태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