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걷는 글 고경숙 글에도 걸음이 있다 눈 뜨자마자 읽는 詩 한 편은 묵정밭을 지나 들길을 산책할 때의 속도로 나른하다 걷다 눈에 띄는 들풀이 있으면 쪼그려 앉아 들여다보고, 시냇물 건널 땐 폴짝 리듬을 타고, 시의 걸음은 비교적 완보다 거친 유세 문구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발을 삐기 십상이다 경사가 심하고 뾰족한 바윗길이어서 보폭을 줄이고 신중히 걸어야 한다 엄마 유품을 정리하며 일기를 만난 적 있다 관절염으로 ㅇ자가 되어버린 엄마의 일기는 몇 발짝 가다 쉬고, 한숨 몇 번 쉬다 걸었나 보다 글씨는 삐뚤빼뚤이고 내용은 반복이다 내 걱정은 ᆢᆢ마라 ᆢᆢ 밥은 ᆢᆢ꼭 ᆢᆢ 꼭ᆢᆢ 챙겨 먹고 ᆢ ᆢ 보내준 ᆢᆢ 돈 ᆢᆢ 고맙고 ᆢᆢ 미안 ᆢ하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폐광을 거닐다 반짝이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