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 27

너의 밤으로 갈까-김휼 시집

식물의 시간 김 휼 여섯 살 심장 위에 올려진 검은 돌 식물로 분류된 이후 아이는 한번도 입을 연 적이 없다 힘껏 내달린 시간이 멈출 때, 그 길 끝에서 안개는 피어올랐다 여섯 살의 손과 스물세 살의 얼굴, 한 몸으로 죽은 듯이 누워 귀를 키웠다 출구 없는 침묵 희번덕 눈을 뒤집어 고요를 좇는 아이를 놓칠세라 어미는 잎사귀 같은 손을 붙잡고 시들어 간다 병실 창밖의 구름을 이불로 삼고 잠든 오후 어미의 눈물이 식물을 키우고 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퇴행성 슬픔 바람이 멈추면 내 슬픔은 구체적이 됩니다 봄 흙에 젖살이 오를 즈음 말문이 트였죠 태생이 곰살맞아 무성한 소문을 달고 살았어요 덕분에 성장기는 푸르게 빛났습니다 귀가 깊어 누군가의 말을 들어주는 일을 도맡았습니다 여름이 다 지나던 어느 날 ..

카테고리 없음 2024.06.30

새까만 울음을 문지르면 밝은이가 될까-김밝은 시집

발라드 오브 해남 1 김밝은 목소리만 남겨놓은 그 사람이 떠나갔다 유난히 길어진 눈썹달이 발라드라도 한 곡 불러주고 싶은지 전봇줄 레와 미 사이에 앉아 있다 채우지 못한 음계를 바닷바람이 슬그머니 들어와 연주하면 허공을 가득 메운 노을과 나만이 관객인 오늘 시가 내게 오려는지 그만, 당신을 잃어버렸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어떤 날은 그림자가 더 편하다 살구나무가 등을 살짝 굽힌 채 큰길 너머 사잇길에 눈길을 주고 있었다 비켜서지 못한 바람이 울컥 치미는 향기를 쥐여주고 감쪽같이 사라졌다 잠깐 마음이 휘청거렸지만 아쉬움이 묻은 얼굴을 파란 하늘에 보여주기 싫어 고개를 숙였다 모든 것이 정지된 화면처럼 가슴에 와 박혔다 오래 걸었던 풍경이 천천히 뒷걸음질 쳤고 익숙해진 인연도 여기까지라고 몸을 돌려 뒤..

카테고리 없음 2024.06.29

산에 올라야 한다

산에 올라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산 줄기를 물결쳐 흘러가는 장엄한 파도를 바라보며 눈 앞에 보이는 것들에 끄들려 스스로 상처를 자처하고 누군가에게 상처 주는 일을 거침없이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산에 올라야 한다 그곳에서 사람이 자연의 일부로 살아가야 하는 이치를 깨닫고 겸허하게 순종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카테고리 없음 2024.06.28

여성문학 제2호

여성문학 제2호가 나왔다. 사단법인 한국여성문학인회 이혜선 이사장은 권두언에서 '좋은 글 훌륭한 글 위대한 글을 위하여' 한 사람의 작은 실천이 세계인을 감동 시킬 수 있는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강조하고, 심혈을 기울여 좋은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문학 제2호에는 특집 김남조 시인 추모시와 추모사, 고인의 대표시 5편이 수록되었다. 이밖에도 오정순 정사월의 디카시, 가영심 강계희 권정남 등 100여 명의 신작시와 권영희 김귀례 등 20명의 시조, 김선주 김이연 김순녀의 소설, 강경애 김주안 등 26명의 수필, 이복자 정두리 이정엽 정옥임의 동시, 김영자 박춘희 최균희의 동화, 정영자의 평론, 특집 이혜선의 논문 한글, 남북한 소통과 통일의 과제와 함께 탈북 여성 문인 박복희 박은아 봉순이 이명..

카테고리 없음 2024.06.27

헤클라와 라키-마린 슈나이더 그림책

바람이 부는 어느 날, 홀로 사는 라키 앞에 떨어진 작은 헤클라, 헤클라가 나타나면서부터 라키의 삶은 온통 엉망이 됩니다. 집 안의 물건은 망가지고 질서와 고요는 사라지지요. 하지만 라키는 헤클라를 만나기 전에 어땠는지 기억조차 못하게 되었습니다. 둘은 서로를 돌보고 자라게 하는 존재가 되었거든요. -친구는 그런 거지요. 어느 날 문득 내 앞에 나타난 누군가를 만나 친구가 되고 그와 동행하며 보살피고 물들어 간다는 의미는 어떤 걸까요? 마린 슈나이더의 시선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서로가 서로를 돌볼 때 우리는 서로의 빛이 됩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4.06.26

시전문지 '시꽃피다' 창간

시전문지 [시꽃피다]가 창간되었다. 광주광역시에서 후학들을 위해 시창작 지도를 하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조선의 시인이 발행한 창간호에는 기획특집 김 종 강경호 박철영 초대시 곽인숙 진혜진 오현정 포커스 양승민 윤정인 금소화 윤석순 이성자 신양옥 새만금일보 조선의 시인의 시감상 윤상선 외23명의 신작시 시단에는 최옥경 외25명의 신작시 신인문학상에는 임정숙 문혜정 홍미숙 강성남 김정희 등 5명의 당선작과 심사평 당선소감 등이 수록되었다. [시꽃피다] 발행인 조선의 시인은 창간사에서 '시는 불편한 시대와 타협하거나 회피하기 위해서 쓰는 것이 아니라 은밀한 시간의 지문을 성찰함으로써 화해의 재구성을 발현하기 위함이 아닐까'라고 밝히고 '희망은 의미의 시작에 있다. 그 시작은 우리의 詩作이기도 하'다고 창..

카테고리 없음 2024.06.25

이 달 시인 첫 시집 '리라의 약속' 출판기념회

이달 시인의 첫 시집 '리라의 약속' 출판기념 북콘서트가 개최되었다. 지난 토요일 오후3시 영월군청소년수련관 2층 어라연실에서 진행된 행사는 우중에 70여 명의 독자들이 참석한 기운데 따뜻하고 정겨운 분위기에서 시작했다. 달빛문학회에서 4년 째 공부를 하고 있는 이달 시인은 솔직하고 따뜻한 서정시를 기반으로 삶의 기억과 형상들을 직조하고 있다. 고수 손종환의 북소리에 맞춰 김남권 시인의 오프닝 세리모니로 막을 열고, 가족들의 덕담과 응원의 메시지를 들으며 감동적인 울림을 이어갔다. 이어서 달무리동인회 회원들의 시집 속의 시낭독, 관객들의 시낭독을 듣고, 축하 공연으로 고수의 북소리에 맞춰 판소리 김성종 명창의 소리로 절정의 분위기가 되었다. 2부 순서는 작가와의 대담 시간으로 김남권 시인과 이달 시인이 ..

카테고리 없음 2024.06.24

만나러 왔어-다카하라 료 그림동화

다카하라 료 글, 하마노 후미 그림, 김경석 옮김, '만나러 왔어' 그림동화는 아이들에게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깨우는 감동적인 책이다. 어느 여름, 바다에 빠진 강아지는 돌고래에게 구조된다. 친구가 된 하얀 강아지와 하얀 돌고래는 매일 만난다. 그들에게는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까? 육지와 바다, 두 마리 하얀 동물이 전하는 특별한 우정이야기가 투명하게 빛난다. 이주란 소설가, 장수진 해양동물생태연구소 대표, 박겸준 고래연구소 연구관이 추천하는 그림동화다.

카테고리 없음 2024.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