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 이화인 마지막 가는 길이 저리도 가벼울까? 저녁노을에 하루를 마무리하는 새의 혀처럼 열두 살 계집아이 벙그는 젖꼭지처럼 달빛을 머금고 화들짝 꽃을 피우더니 갈 길이 멀다고, 아무런 걸림이 없다고, 동안거冬安居 마치고 나서는 산문,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길일 내 생애에서 가장 길일은 생일날이 아닌 내가 죽는 날 태어날 땐 나도 모르게 나와 억울해 많이도 울었지만 죽는 날은 내가 알고 가는 날 이승에서 지은 죄 죄다 마무리하고 그래도 남는 죄는 곱게 싸서 가시 등에 업고 봄바람에 꽃잎 지듯 그리 가고 싶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바람의 경전 바람이 불면 나무는 전생을 기억한다 비바람이 치는 날이면 나무는 전생의 기억을 기록한다 바람의 힘을 빌려 경전으로 기록하지만 해독하는 사람은 없다 전생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