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라드 오브 해남 1 김밝은 목소리만 남겨놓은 그 사람이 떠나갔다 유난히 길어진 눈썹달이 발라드라도 한 곡 불러주고 싶은지 전봇줄 레와 미 사이에 앉아 있다 채우지 못한 음계를 바닷바람이 슬그머니 들어와 연주하면 허공을 가득 메운 노을과 나만이 관객인 오늘 시가 내게 오려는지 그만, 당신을 잃어버렸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어떤 날은 그림자가 더 편하다 살구나무가 등을 살짝 굽힌 채 큰길 너머 사잇길에 눈길을 주고 있었다 비켜서지 못한 바람이 울컥 치미는 향기를 쥐여주고 감쪽같이 사라졌다 잠깐 마음이 휘청거렸지만 아쉬움이 묻은 얼굴을 파란 하늘에 보여주기 싫어 고개를 숙였다 모든 것이 정지된 화면처럼 가슴에 와 박혔다 오래 걸었던 풍경이 천천히 뒷걸음질 쳤고 익숙해진 인연도 여기까지라고 몸을 돌려 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