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 27

기분을 다 써 버린 주머니-황려시 시집

늘어나는 황려시 그러니까 맨 끝에서 밥을 먹었지 키 작은 탓에 몽돌과 같이 놀았지 묵찌빠를 하면 더 자랄까 바지에 집어 넣은 끝단추처럼 잃어버린 3센티를 찾을 수 있겠니 눈썹까지도 볼 수 있는 키높이 구두를 샀거든 더 길어진 팔로 퍼피포트 스위치를 올린다 G7 커피는 포트 안에서 터키 여자와 방언을 하고 나는 손을 뻗어 내 편 아닌 모든 밖을 더듬는다 자꾸 늘어나는 손가락과 멀어진 몽돌의 성장판이 흩어지기도 하지 나는 서서히 많아지고 수도꼭지를 틀면 직립으로 키 크는 소리 긴 복도에 돌 구르는 소리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밥 먹는 밥 전기밥솥이 고장 났다 하루 한 번 취사 버튼을 누르고 기다린다 에먼 데로 수증기를 보며 아는 형님을 생각한다 선배가 형이 되고 형이 애인이 된 방식으로 밥솥은 우물쭈물 ..

카테고리 없음 2024.06.06

밤이 부족하다-이 은 시집

언니, 우리 물류창고에서 만나요 이 은 창고가 보이면 십자 성호를 긋습니다 그것이 창고에 대한 예의니까요 어제는 S푸드, 훈제된 고깃덩어리들을 포장했어요 그제는 올포유, 당신을 위해 사정없이 옷을 갰어요 하마터면 옷에 깔려 죽는 줄 알았어요 오늘은 아이스크림 공장, 우주선이 희미한 빛을 내며 지나가요 떨어지는 것들은 모두 속도가 됩니다 속도를 이기지 못하는 얼음이 쏟아져요 얼어붙은 손가락이 비명을 질러요 손가락은 가만히 둔 채 아이스크림이 흘러내려요 빵과 빵 사이 너무 많은 눈보라, 빵또아에 끼어 있는 손가락이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설렘의 구멍에 얼음을 가득 채워요 설렘과 설렘 사이 너무 많은 눈보라, 꼿꼿이 서서 눈보라를 맞고 있는 설렘, 재빠르게 히말라야산맥의 눈을 퍼담아요 몸속에 가득한 눈보라, 왈칵..

카테고리 없음 2024.06.05

어쩌자고 나는 자꾸자꾸-손준호 시집

보약 손준호 할매국밥집에서 홀로 술국 먹은 새벽 취기 털고 일어서는데 '보약 달이는 심정으로 정성껏 끓였습니다' 플래카드와 눈 맞아 힘을 내 다시 남은 국물을 훌훌 긁어 마시고 남은 소주도 탈탈 털어 마셨다 생은 가끔 소주보다 독하고 술국보다 뜨겁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순산 저물녘 기어 나온 땅거미처럼 노파가 허릴 낮춰 포도를 따고 있다 톡, 포도나무가 탯줄을 끊자 첫 아이를 받아 안듯이 두 손으로 조심조심히 거룩한 순교자들을 건네받고 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홍시분계선 옆집 감나무 가지가 담 넘어 마당에 축 쳐져 내려옵니다 홍시를 주렁주렁 달고서 경계를 넘어버린 가지들 사람이나, 나무나 자식들은 내 맘대로 안 되는 것일까 군사분계선 넘으면 우리 거 아이가! 노모가 환갑 넘은 맏이에게 농을..

카테고리 없음 2024.06.04

제3회 문덕수전국시낭송대회

제3회 문덕수전국시낭송대회 겸 제66회 시문학 시낭송회가 6월 1일 오후3시, 서울 종로3가 한국인성개발원 강당에서 개최되었다. 김필영 시인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한국시문학문인회 김남권 회장의 환영사에 이어서 한국문인협회 강정화 부이사장의 축사를 듣고 시낭송대회 본선 경연이 시작되었다. 전국 17개 시도에서 온라인 예심에 참여한 백 여명 중 15명이 최종 본선에 올라 경합을 벌인 이번 행사는 지정시로 문덕수 시인의 시 한편과 자유시 한편을 낭송하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올해 대회는 특별히 20대 젊은 참가자들이 대거 참여 하여 시낭송의 미래를 밝게 했을 뿐만 아니라 전남 전북 경남 경북 대전 경기 강원 부산 서울 인천 울산 등 전국 각지에서 골고루 참여하여 대회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한편..

카테고리 없음 2024.06.02

계간 시와징후 여름호

계간 시와징후 여름호가 나왔다. P.S디카시-김남권, 문학의 현장-공지영 소설가와 나호열 시인의 작가와의 만남 현장을 소개했다. 기획연재 송재학의 시 산문-원명과 추명을 찾아서, 이승하의 문단이 놓친 징후, 특집 초대시는 안도현 시인 편으로 신작시와 근작시 산문을 수록했다. 신작시에는 강병철 권자미 김봄서 김성신 김윤삼 김은지 김창균 문 신 박연숙 박용진 배세복 백인덕 복효근 서춘희 석상진 성윤석 안이숲 양금희 옥효정 이기철 이주승 이 필 전윤호 조동범 조희진 최경선 최윤정 최 휘 시인의 작품이 실렸고, 신작 시조는 김남규 김덕남 박희정, 신작 동시는 강 주 김미희 박미림 시인의 작품이 소개되었다. 해외작가는 에바 페트로포울로우 리아누, 룹씹 반다리, 안젤라 코스타, 자혼기르 노모조프, 프리앙카 네가의 ..

카테고리 없음 2024.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