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시간 김 휼 여섯 살 심장 위에 올려진 검은 돌 식물로 분류된 이후 아이는 한번도 입을 연 적이 없다 힘껏 내달린 시간이 멈출 때, 그 길 끝에서 안개는 피어올랐다 여섯 살의 손과 스물세 살의 얼굴, 한 몸으로 죽은 듯이 누워 귀를 키웠다 출구 없는 침묵 희번덕 눈을 뒤집어 고요를 좇는 아이를 놓칠세라 어미는 잎사귀 같은 손을 붙잡고 시들어 간다 병실 창밖의 구름을 이불로 삼고 잠든 오후 어미의 눈물이 식물을 키우고 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퇴행성 슬픔 바람이 멈추면 내 슬픔은 구체적이 됩니다 봄 흙에 젖살이 오를 즈음 말문이 트였죠 태생이 곰살맞아 무성한 소문을 달고 살았어요 덕분에 성장기는 푸르게 빛났습니다 귀가 깊어 누군가의 말을 들어주는 일을 도맡았습니다 여름이 다 지나던 어느 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