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주머니 -박수근의 심은섭 한 여인이 첫돌의 사내아이를 등에 업고 빨래를 한다 그녀는 아이의 손금 속으로 무단 침입하려는 험상한 빈곤과 북극의 바람을 방망이로 두들기며 개울물에 헹구고 있다 그럴수록 아이는 수탉이 불러들인 새벽으로 자랐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 여인의 등은 인간 발전기이다 그녀의 등에서 생산된 단단한 모양이 등에 업혀 잠든 아이에게 온종일 충전되고 있다 그때마다 아이의 저녁이 밝아지고 조촐한 사주의 목록에 푸른 강물 하나 추가되었다 지금, 상수리나무 숲보다 더 울창한 웬 아이가 빨래터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해일이 밀려오듯 속도에 중독되던 시간이 집어삼킨 그 여인의 흰 그림자, 그 아이는 기억의 주머니 속으로 그 그림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접시꽃 나는 그 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