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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손으로 문을 여는 사람들에게-김고니 시집

숨질 5 김고니 한 사람이 잠들어 있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숨만 쉬고 있을 때 그의 목덜미를 물지 않고 숨소리를 가만히 들을 수 있어야 해 꿈속을 걷고 있는 그가 심장 소리를 내고 있을 때 얼굴에 얼굴을 대고 같은 리듬으로 숭을 쉬어야 해 그의 숨이 내게로 조금씩 스여드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면 그의 심장이 뛸 때마다 그의 영혼이 연기처럼 숨결을 따라 내게로 올 때 어둠 속에서 그 순간을 바라보며 행복해진다면 너는 그를 사랑하고 있는 거야 숨이 하나가 되는 푸르고 붉은 영혼이 어둠 속에서 보라색 등불이 되어 가는 소리를 들을 때 긴 입맞춤의 밤이 시작되는 거야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너의 이름을 알게 된 순간 어느 절에 바보 스님이 있었다 다른 스님들은 수많은 경전을 읽고 외우며 깨달음을 얻기..

카테고리 없음 2023.11.27

부산시문학 30주년 출판기념회

부산시문학시인회 30주년 기념 2023열린시문학 출판기념회와 시화전에 다녀왔다. 11월 25일 토요일 모후2시 부산 영광도서 8층 갤러리에서 개최된 행사는 조민자 회장의 환영사로 시작해서 초대회장 강남주 시인의 축사, 양왕용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장, 강정화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의 축사와 한국시문학문인회 김남권 회장의 격려사로 이어졌다. 2부 순서로는 이혜화 김욱진 시인의 자작시 낭송을 하고 김남권 시인이 곽재구 시인의 '사평역에서'를 낭송해 출판기념회의 분위기를 돋구었고 이몽희 시인이 하모니카 연주와 노래로 행사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번 사화집에 참가한 부산시문학 동인은 강남주, 강정화, 이몽희, 탁영완, 조민자, 백영희, 한경동, 송인필, 배기환, 장동범, 김지숙, 이혜화, 최지인, 고훈실, 오영숙, ..

카테고리 없음 2023.11.26

슬픈 노래를 거둬갔으면-김창균 시집

쇠미역 김창균 당신의 어원을 오랫동안 따라가 봅니다 당신의 몸 어딘가에 녹이 맺혔을 법도 하여 안부를 물으려다 망설입니다 당신 속에 있는 색을 데쳐 추운 겨울 저녁상에 올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장날도 아닌데 좌판에 나와 있는 노인 몇은 하루 종일 겨울 볕에 미역 줄기처럼 말라 가고 겨울 해는 가난한 집 땟거리처럼 빨리 떨어집니다 밤을 기다려 처마 고드름은 누군가의 눈물을 받아 몸집을 불리는데 몸을 웅크린 몇몇은 이가 벌어져 바람이 제집 드나들듯 드나드는 방에서 위태로운 불빛처럼 밖으로 몸을 기울입니다 일찍 추위가 오는 북쪽 마을 구멍이 숭숭 뚫려 말문이 막히는 한번 들어온 바람은 출구를 찾지 못해 냉방에서 자신의 체온을 올리다 이내 주저앉고야마는 기막힌 날들입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할복 찬 바람 ..

카테고리 없음 2023.11.25

싸리비 무늬-백옥희 시집

개봉선 백옥희 ---> 화살표 방향으로 open하세요 달마다 받는 봉인된 카드 청구서 톡, 톡, 톡, 절취선 따라 실밥 뜯는 소리 들린다 땡볕 마름질이 끝나면 바느질 그릇과 재봉틀 위에서 식솔보다 더 해진 몸으로 박음질을 하셨다 밤늦도록 마루 끝에서 삯바느질 하셨다 꿰매는 속도보다 뜯어지는 옷이 많아 당신의 배려는 자투리 천도 티 안 났고 골무 낀 채 주전자 쌀은 개울을 건네주었다 아무리 배를 곯아도 그땐 쫓기는 일 없었는데, 질기고 질긴 한 달을 어떻게 다스리셨을까 모든 이의 씀씀이가 똑같지는 않은 것 같다 오픈 절개선 따라 덧댄 한 달이 따라온다 사적 편의 청구서 툴~툴~ 이실직고할 때 어머니 몸소 가르침에 콧잔등 시려온다 초여름 밤늦도록 달무리가 곱다 오늘밤은 비단 치마에 목단꽃 수 놓으시는지 어머..

카테고리 없음 2023.11.24

계간 시에 겨울호 출간

계간 '시에' 겨울호가 나왔다. 2023년 천태산 은행나무 시제 시화전, 출판기념회 화보를 수록한 겨울호에는 김남권 시인의 신작시 '신세계는 없다', '공항 가는 길' 등 두 편의 작품을 비롯해서 하종오의 가을 날의 현자와 우자 외편, 이승하의 이름 두 자 외1편, 문 영의 느낌 외1편, 이 잠의 아마릴리스 외1편, 이아영의 보리암 풍경 또는 관음 외1편 등 33명의 신작시 66편이 소개되고 있다. 양문규 발행인의 산문 연재-자연으로 가는 길, 우리 엄니 엄청 빨라요, 시에 신인상 수필 부문 김주영 윤송자의 당선작과 당선소감 심사평도 수록되었다. 시에 시인 김홍진 외1인, 추억에세이로는 이경의 고향의 밤, 문학에세이 박재학의 한 끼 식사의 축복, 시에 에세이로는 장수남의 내가 늙는다는 것은 외에 차옥혜 ..

카테고리 없음 2023.11.23

멜로는 구우면 더 맛있다-서순남 시집

덩그러니 서순남 아무렇게나 그린 약도 쌓인 말이 흙먼지로 굴러다녀도 저녁은 계속 오른쪽으로 맴돈다 한 차례 일렁인 어둠 쓰다만 시에 걸터앉았다 직사각형 질문 단답형 대답 가방에서 삐져나온다 몸에 착 감길 시어 찾아 비어가는 신갈나무 머리숱 꽉 문 두 입술 힘 뺀 낙엽 넓은 손뼉으로 응원한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꽃멀미 나비 걸음으로 가득한 저 달의 숨결 비가 다녀가는 새벽 소리를 봐야지 답답한 보정 속옷 벗어던진 주근깨 가득한 콧잔등 흘려버린 어느 시절 들여다보고 싶었던 이야기속으로 걸어간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시내버스에 입술을 두고 내렸다 몸 비틀고 솎아낸 부호 오늘은 잠꼬대 붙들고 겨울비 그친 새벽 도로 걸어가야겠다 바람 드나드는 돌담 구멍 꼬리 흔들며 다가오는 개 마른세수 한번으로 수줍음..

카테고리 없음 2023.11.22

시월, 대관령-이구재 시집

황새냉이꽃 이구재 진흙 바닥이라도 좋아요 그댈 기다릴수만 있다면 텅 빈 논바닥에서 모진 추위도 견딘 걸요 정이월 다 가고 삼월이 되면 당신의 눈부신 날개 빛깔로 흰 꽃을 피워 봄소식 가장 먼저 알리겠어요 사무치는 그리움이여 한 오백 년이라도 외발로 서서 그대를 기다리겠어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살구꽃 편지 집 앞 이층집이 헐리니 안 보이던 뒤뜰이 보인다 거기 우두커니 나무 한 그루 거무튀튀한 맨몸으로 빈 뜰 지키며 겨울을 나더니 어느 날 발그스럼 꽃망울이 보였다 주문진 봄바람은 거칠고 사나워 장독 뚜껑도 날리는데 용케도 분홍 꽃들이 활짝 피어났다 곱다는 말보다 더 아름다운 말로 칭찬해 주고 싶은 저 살구나무 엷은 분홍 꽃잎을 온 동네 흩날리는데 집 팔고 이사 간 주인에게 봄 편지를 보내는 거 같다 ..

카테고리 없음 2023.11.21

허준, 동의보감을 편찬하다-유시연 장편 소설

유시연 소설가의 역사 소설 '허준 동의보감을 편찬하다'가 출간되었다.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계간 동서문학 소설부문 신인문학상을 받고 데뷔한 유시연 소설가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이다. 그동안 허준은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여러번 회자되었는데 대부분 실제 주인공의 이야기보다는 드라마의 극적인 재미를 더하기 위해 허구적 요소를 많이 가미했다면 이번에 출간한 유시연 소설가의 허준은 역사적 사실에 충실한 고증을 거쳐 일부분만 허구적 요소를 넣어서 이야기를 구성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제별로 이야기를 구성하며 스토리 구성의 치밀함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 읽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허준의 발자취를 쫓아 취재를 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자문을 구하며 탄생시킨 작가의 의도와 열정이 ..

카테고리 없음 2023.11.20

미네르바 문학상 시상식

토요일 오후4시, 미네르바 문학상 시상식을 겸한 송년회에 다녀왔다. 아르누보 호텔 3층에서 열린 행사는 80여명의 문인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루었다. 문효치 대표님의 환영사에 이어서 김학노 시인, 오세영 시인의 축사를 듣고, 곧이어 올해의 신인상 수상자와 미네르바 문학상 선정 경위를 듣고 난 후, 수상자에게 상패와 상금이 수여되고, 상패와 상금을 전달했다. 올해의 미네르바 문학상 수상자는 이현서 시인과 진란 시인이 영예를 안았다. 진란 시인은 계간 P.S시와징후의 부주간을 맡고 있으며, 문단의 주목을 받는 중견 시인으로 그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맺게 되어 축하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카테고리 없음 2023.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