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라도 임동윤 함박눈이 아파트에 내리고 있습니다 꽁지 짧은 새들이 와서 먼저 밟고 갔습니다 눈향나무 둘레가 바닥까지 휘어져 있습니다 쏟아지는 눈발이 야만의 뼈를 덮고 있습니다 물 쟁이는 나무들의 소리가 한창입니다 한 생각이 다른 생각을 지우고 갑니다 오직 흰 것 밖에 보이는 것이 없다고 믿습니다 안 보이는 것이 더 잘 보이는 순간입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사람의 넓이 사람의 마음에도 그림자가 있습니다 해 뜰 무렵 나무의 그림자가 길어졌다가 정오엔 짧아졌다가 저녁에 다시 길어지듯이 사람에게도 그림자는 자주 바뀝니다 해가 진 후, 그림자는 어둠에 사무쳐 어둠을 자신의 슬픔처럼 껴안습니다 서로 만나고 어떤 일과를 수행할 때도 나는 나만의 그림자를 만들곤 합니다 해가 떠서 질 때까지 만드는 그림자 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