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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혀는 넣어두세요-이서은 시집

그 혀는 넣어 두세요 이서은 너 T야? 함부로 두 번째 손가락을 이마 위에 갖다 대지 마세요 물 건너온 알파벳 몇 개로 정의할 그런 존재는 없어요 ISNT? ENTF? DINK? 딩~크~족? 짧은 혀를 함부로 굴리지 마세요 길을 걷다가도 압사당하고 수학여행 갔다가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비 오는 날이면 지하에서 수장당하고 한 해 목표가 생존이 되어버린 이봇에서는 무자식이 가장 큰 축복일지 모릅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민들레 밥상 쌀이 되지 못한 음표들이 공중부양하고 있다 장례식만 기다리는 바보상자에서는 실컷 배 한번 불러보지 못한 아이들이 앵벌이 중이다 적어도, 꽃은 꽃으로만 보이길 바랐다 밥이 되지 못하는 시 한 편 겨우 쓰면서 이게 다 밥알이었으면 하는 다정한 마음이 낯설다 수평으로 끓고 있는 ..

카테고리 없음 2024.10.09

정선역 가는 길-이정표 시집

게거품 이정표 아무도 없는 해변에서 산더미 게들을 치마폭에 쓸어 담는 꿈을 꾸셨다고 했다 생의 난간에서 헛발을 디뎠을 때 거품 물고 눈 뒤집는 건 게 꿈꾸고 태어난 계집의 항변 족보엔 없어도 유래는 분명하다 휘젓고 앞서 나가려고 하면 한움큼씩 잡히는 모래알 세상이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란 건 태어나기도 전 어머니의 선몽으로 알려 주었다 산다는 건 구멍 난 배 위에 홀로 남아 차오르는 불안을 쉼 없이 퍼내는 극한 작업 튀어나온 눈으로는 앞을 보고 있지만 뒤틀린 걸음은 자꾸 옆을 향해 나아가고 집게발로도 잘라내지 못한 삶의 역풍逆風은 몸 뒤집고 버둥거리다 허연 거품만 쏟아낸다 나는 도망간 희망을 쫒는 한 마리 암게 앙다문 입술에 거품 머금고 사막이 된 시간을 엉금엉금 찾아 나선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

카테고리 없음 2024.10.08

고요한 세상의 쓸쓸함은 물밑 한 뼘 어디쯤일까-금시아 시집

노을을 캐다 금시아 새빨갛게 물든 한 폭의 안골포 저녁 해가 횃불처럼 포구를 밝히는 동안 바다와 갯벌 그 배접 끝에서 노부부가 노을을 캐고 있다 늙은 아내가 호미로 한 움큼씩 노을을 캐내면 노인은 깜짝 놀라 입을 꼭 다문 노을을 얼른 망에 주워 담는다 횃불이 사그라지기 전에 딱 하루만큼만 채운 노을 자루를 비척비척 밀며 끌며 가는 노부부의 느리고 굼뜬 실루엣, 저리 더딘데 어느새 이리 멀리 왔을까 캐낸다는 것은 자벌레처럼 수없이 구부정한 허리를 폈다가 구부리는 수행 생채기 덧나고 덧나 굳은살 박인 오체투지 같은 것 끝없는 이야기처럼 막다른 아픔과 적막한 슬픔이 물든 안골포의 하루 퇴장하면 호밋자루처럼 접힌 노부부의 긴 그림자 가로등 환한 언덕을 달팽이처럼 기어 올라간다 큰 대야 속의 노을 뻐끔뻐끔 밭은 ..

카테고리 없음 2024.10.07

달빛문학회 제8집 출판기념회,제2회 영월군어린이 동시백일장 시상식

달빛문학회 제8집 출판기념회, 제2회 영월군어린이 동시백일장 시상식을 개최했다. 영월교육지원청, 강원아동문학회, 한국시문학문인회의 후원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무릉초등학교 6학년 이송현 어린이의 친구들이 대상을 수상했다. 옥동초등학교 2학년 윤서윤 어린이가 금상, 영월초등학교 정민송, 무릉초등학교 서은정 어리이가 은상, 영월초등학교 김지이, 강민재, 신윤기, 김수지, 박주원 어린이가 동상을 수상했고, 주천초등학교 박새봄 외 12명이 특별상을 수상했다. 초대공연으로 첼리스트 김연정, 바이올리니스트 전민혜 님의 독주와 합주에 이어서 회원 시낭송 순서로 대미를 장식했다.

카테고리 없음 2024.10.06

빨간 길에 서다

빨간 길을 간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 뜻에 안 맞으면 모두 빨갱이로 몰고 빨간 색깔을 입혀, 정체마저 빨갛다고 공격을 한다 그런데 정작 그들은 어느날 빨간 옷을 입고, 새빨간 거짓말을 밥 먹듯 하면서 빨간 피를 제물로 삼아 나라를 팔아 먹고, 진짜 빨갱이 노릇을 하고 있다 합정동에서 홍대입구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빨간 길에서는 어린이들이 지구의 미래를 걱정하는 그림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어른들이 망쳐 놓은 세상, 아이들이 뒷처리하려면 얼마나 많은 돈과 시간이 들어갈 지 모른다. 빨간 길은 초록 길로 이어질 수 있을까?

카테고리 없음 2024.10.03

해님이 방글방글-박영숙 동시집

해님 맛있어요? 박영숙 해님이 깊은 겨울엔 개울물이 꽁꽁 얼어 먹기 힘들어요 봄을 품은 겨울엔 개울물 가장자리부터 살살 녹여가며 야금야금 핥아먹어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힘겨루기 돌 틈과 민들레 씨앗, 비 맞고 바람맞고 햇빛 맞으며 몇 날 며칠 씨름한다 누가 이겼는지 너는 봤니?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오리는 좋겠다 오리가 고개를 물속에 쏙 엉덩이는 물 위에 동동 뒷발로 참방참방 신나게 물장구치며 밥을 먹는다 내가 만약 오리처럼 밥 먹으면 엄마 표정이 어떨까?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그의 시는 무겁지 않다. 살의 무게를 가볍게 건네준다. 바위같은 삶의 무게는 꽃을 찾아 가는 나비 날개처럼 날아오른다. 시인이 무거움 속에서 찾아 낸 가벼움의 비밀은 삶의 무거움을 덜어준다. 시인은 몸을 힘들게 ..

카테고리 없음 2024.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