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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골초등학교 연못단-배정순 동화집

양골초등학교 연못의 물고기가 밤마다 사라지자, 범수와 동민이, 아인이와 효주는 범인을 잡겠다며 연못호수단을 만들었다. 아이들은 야영을 하기로 하고 텐트와 간식을 준비해서 연못에 모이지만, 무서워서 벌벌 떤다. 아이들은 노래를 부르면 범인이 오히려 가까이 오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 아이들이 마음을 모아 노래 부를 때, 저벅저벅 누군가가 다가오는데 ㆍㆍㆍ-양골초등학교 연못단 중에서교실 뒷문이 스르르 열리더니 민서가 들어왔다. 1교시가 시작되고 한참 지난 시간이었다. "선생님 민서 왔어요."재민이가 칠판에 글씨를 쓰고 있는 선생님께 알렸다."민서 왔구나. 어서 자리에 앉으렴."선생님은 민서에게 얼른 다가와서 안타까운 얼굴로 등을 토닥였다."민서가 어제 새벽에 난 산불로 어려움을 겪은 거 알고 있죠, 모두 ..

카테고리 없음 2024.11.19

밤기차와 연꽃-김선화 수필집

어느 곳이든 거슬러 올라가면 그 유래가 있기 마련, 지명에 사람 이름이 붙고 사람의 호에 지명이 붙기도 한다. 미국에 이민 가서 사는 한 중년의 남성은 작은 농장을 일구며 푯말을 "청양농장"이라 적어 세웠다. 고향이 충청도 청양이란다. TV 화면에 비치는 그의 가슴자리가 훤히 읽혔다. 계룡역 플랫폼에 서서 바라보면 북동쪽 저만치로 봉긋하니 어머니 젖가슴 닮은 산봉우리가 반긴다. 시야에 가려 계룡산 정상부는 보이지 않고 우리 집이 있던 곳의 뒷산 정상부가 은은히 눈에 들어온다. 상봉 아래에는 크고 작은 산들이 제각각의 이름을 띤 꽃잎 모양으로 둘러서서 촌락들을 품고 있다. 우리 동네 뒷배는 그냥 뒷산, 앞의 산은 정직하게 그대로 앞산이었다. 하지만 봉우리 명칭은 있었으니 뒷산 봉우리는 우리 쪽에서는 시루봉..

카테고리 없음 2024.11.18

이어도문학 제5집 출판기념회

이어도문학 제5집 출판기념회, 제2회 소코트라문학상 시상식이 16일 토요일 오후3시 종로2가 누구나 복합문화공간에서 개최되었다. 이희국 회장의 환영사에 이어서 허형만 시인의 축사, 이혜선 한국여성문학인회 이사장, 전 민 국제계관시인연합 한국본부 이사장, 장한라 이어도문학회 명예회장의 격려사를 듣고 제2회 소코트라문학상 수상자 김필영 시인에 대한 시상식과 해양수산부 우수 도서로 선정된 이어도문학의 출판을 위해 지원해 주신 이어도연구회에 대한 공로패 전달을 했다. 축하공연으로 라온 칸타레 남성 4중창과 단국대 공연영화학부 김지수 교수와 제자들의 시극 간이역, 김상경 바리톤, 공혜련 소프라노의 노래로 1부 순서가 마무리되었다. 2부는 김상희 시인의 퍼포먼스와 장한라 시인의 곳물질 시낭송으로 막이 올라 김필영 ..

카테고리 없음 2024.11.17

임신한 숫놈에게

종로로 향하는 길, 임신한 숫놈들이 너무 많다 나보다 나이도 어린 놈이 임산부 보호석에 앉아 스마트폰으로 고스톱을 친다 청량리로 오는 길, 나보다 어린 놈이 임산부 보호석에 앉아 뻔뻔하게 두리번 거린다 그래서 난 꼰대들이 싫다 나보다 나이가 많고 나보다 나이가 어려도 쪽팔린 줄은 알아야 하는 거 아니가 니 딸과 손녀가 임산부라도 그렇게 뻔뻔하게 앉아 갈 수 있나? 무식하면 눈치라도 있던지, 공짜로 전철을 타는 나이가 되어도 나는 돈을 내고 탈 것이다 니들이 싼 똥, 니 후손들이 뼈가 빠지게 걷어내며 바로 니들을 욕할 것이다 제발 생각 좀 하고 살아라 늙거든 겸손을 잃지 말아라 자리는 누군가를 위해 준비한 다음 세대의 숨구멍이다

카테고리 없음 2024.11.15

내 인생 초록물 들이며-신봉승 유고 시선집

回歸 신봉승 처음엔 물이었다네 까마득히 얼어붙은 빙폭 그 태초의 정적도 처음엔 물이었다네 한겨울 몸서리치는 눈보라가 어디 건성이던가 진달래 피기 전 빙폭에 금이 가고 꽝, 꽈과광 천지를 울리는 아우성 쏟아지는 얼음덩이 바윗덩이 그게 다 처음에는 물이었다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너를 보내고 그날 모진 바람 속에서 너를 보내고 산모퉁이를 돌아서고서야 허리 꺾여 흔들리는 들국화를 보았다 처음부터 그것을 꺾어 네게 들려주지 못했던 후회가 이리도 가슴 찢는 아픔이 될 줄이야 내 가난만 아니어도 네 열정만 아니어도 쉬어버린 목소리만이라도 고쳐서 보낼 수 있었을 것을, 허리 꺾여 흔들리는 들국화 한송이를 보지나 말았으면 이리도 산다는 것이 허망하지는 않았을 것을,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정동진 벗이여, 바른..

카테고리 없음 2024.11.15

하늘의 눈을 감기다-김남권

하늘의 눈을 감기다-김남궏 흰 쌀밥에 김 한 장 올려 밥을 먹는다 백설기인가 스노우 슬러시인가 극락의 혀가 입안을 맴돈다 담백하고 고소하고 짭잘한 풍미가 온몸에 퍼진다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일 년에 한 번 생일날이 되어야 겨우 먹을 수 있었던 흰 쌀밥에 김 한 장, 집 나와 객지 생활을 하던 열일곱 살 무렵부터는 그마저도 사치였다 한 달 내내 공장에서 일을 해도 방세 내고 교통비하고 수업료 내고 나면, 눌린 보리쌀 한 봉지도 사기 어려워 밥을 먹는 날보다 굶는 날이 더 많았다 나는 분명 문명의 중심에서 살고 있었지만 존재 자체만으로도 빛이 날 수 있었던 시간들을 오래된 폐사지를 방황하는 들개처럼 하루를 살고 하루를 버텼다 오늘 아침, 반찬도 없는 양념 간장에 비벼 먹은 흰 쌀밥은 지난밤 폐사지에서 ..

카테고리 없음 2024.11.14

너를 본 듯 바람이 분다-안용산 시집

뿌리로부터 안용산 밭둑으로 두 줄기 물이 서로 부딪쳐 억새를 키우고 있다 해마다 감자를 심으려 할 때 실하게 뻗어 들어온 뿌리와 부딪친다 뽑으면 뽑을수록 더욱 번지는 뿌리가 없다면 어떻게 그때를 알겠느냐 물이 넘쳐 발이 휩쓸려 나가고서야 보았다 너를 보았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구멍이 하늘이다 깨졌다 뒈니 장독대 깨진 것들만 놓여 있다 깨지지 않았으면 벌써 사라지구 말았을 게다 그래서 너를 보았다 깨진 떡시루 엎어진 구멍이다 구멍만큼 단풍나무를 키우고 있었다 구멍으로 바람이 들어왔다 나갔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시간의 그림자 이제 잊을 때가 되었다 문밖을 나가다가 순간 어떤 그림자를 보았다 대숲을 흔들고 급하게 사라진 저것은 무엇일까 대숲은 여전히 흔들리고 있었고 흔들릴수록 높이 올라가는 굴뚝..

카테고리 없음 2024.11.13

텅 빈 들판 텅 비게 보이는 것은-박운식 시선집

농부 박운식 오늘도 괭이를 둘러메고 밭에 간다 질긴 뿌리의 나무들이 잡풀들이 밭둑을 넘어 슬금슬금 먹어들어 온다 나무뿌리 풀뿌리를 찍어내야지 젊은 놈들은 다 대처로 떠나고 무디어진 팽이로는 어림없구나 그래도 이 밭을 지켜야지 잠시 먼 하늘 바라보는 사이에도 담배를 피우는 사이에도 내 발바닥 밑으로 담배 연기 속으로 철사보다 질긴 뿌리들이 기어들어 온다 치켜든 괭잇날이 부릅뜬 두 눈이 나무뿌리를 힘껏 내리찍지만 서러움만 가득 밭뙈기에 쌓인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골방에서 내가 자는 골방에는 볍씨도 있고 고구마 들깨 고추 팥 콩 녹두 등이 방구석에 어지러이 쌓여 있다 어떤 것은 가마니에 독에 있는 것도 있고 조롱박에 넣어서 매달아 놓은 것도 있다 저녁에 눈을 감고 누우면 그들의 숨소리가 들리고 그들의 ..

카테고리 없음 2024.11.12

김파란 시인 첫 시집 '헤어질 결심' 출판기념회

계간 시와소금으로 등단한 김파란 시인의 첫 시집 '헤어질 결심' 출판기념회가 지난 9일 오후3시 원주중앙청소년문화의집 공연장에서 개최되었다. 소극장 무대에서 개최된 출판기념회에는 가족과 지인, 동인 등 70여 명이 참석해 시를 낭독하고 축하의 인사말을 건네며 울고 웃는 감동의 시간을 보냈다. 특히 가족들이 들려주는 한 마디 한 마디는 감동과 기쁨을 두 배로 키워주었고, 시를 낭독하는 관객들도 진심을 담은 감정이입으로 공감지수를 높여 행복한 소통의 시간이 되었다. 이날 오프닝 연주와 마지막 연주는 첼리스트 김연정 님이 영혼을 울리는 소리로 가슴을 울려주었다. 2부 순서는 작가와의 만남으로 시집 속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풀어내었고, 시를 쓴 작가의 솔직한 심정을 듣는 뜻깊은 시간으로 진행했다. 김파란 시인은 ..

카테고리 없음 2024.11.11

순포라는 당신-이애리 디카시집

이애리 시인의 네 번째 시집이 디카시집으로 나왔다. , , 에 이은 은 삶의 흔적들을 진솔하게 담아낸 시와 사진의 콜라보로 선보이는 디카시집으로 동해 바다를 가슴에 품고 사는 이애리 시인의 순간적인 영감이 녹아 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애리 시인의 디카시집 의 시 세계는 한마디로 그리움을 찾아가는 여정이라 말할 수 있다. 시인은 시와 사진을 통해 그리운 것들의 실체를 찾아 나서고, 잊을 수 없는 선명한 이미지를 만들어 그리움의 흔적을 기억하고자 한다. 순포는 강릉 사천면에 있는 작은 바닷가 마을이다. 하지만 이 시에서의 순포는 모든 그리운 것들의 대명사이다. 그것은 우리 조상들의 삶의 터전이기도 하고 각시 수달이 살아가고 있는 자연습지 보존구역이기도 하고 순포처럼 따스한 심장을 가진 모든 존재..

카테고리 없음 2024.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