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혀는 넣어 두세요
이서은
너 T야?
함부로 두 번째 손가락을
이마 위에 갖다 대지 마세요
물 건너온 알파벳 몇 개로 정의할
그런 존재는 없어요
ISNT?
ENTF?
DINK?
딩~크~족?
짧은 혀를 함부로 굴리지 마세요
길을 걷다가도 압사당하고
수학여행 갔다가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비 오는 날이면 지하에서 수장당하고
한 해 목표가 생존이 되어버린 이봇에서는
무자식이 가장 큰 축복일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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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밥상
쌀이 되지 못한 음표들이 공중부양하고 있다
장례식만 기다리는 바보상자에서는
실컷 배 한번 불러보지 못한 아이들이 앵벌이 중이다
적어도,
꽃은 꽃으로만 보이길 바랐다
밥이 되지 못하는 시 한 편 겨우 쓰면서
이게 다 밥알이었으면 하는 다정한 마음이 낯설다
수평으로 끓고 있는 홀씨 한 입,
떠먹으면 나도 나비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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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서 날아오른 남자
화이트 크리스마스 전날 밤
화염 속을 피해
두 살짜리 어린 아들을 안고
아파트 8층에서 뛰어내린 남자
날개가 돋아났다
아들은 살고
남자는 죽었다
하느님 당신은 뭘 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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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여러 편의 시에서 시인으로서의 자각을 드러내며 이 힘든 세상을 시인으로서의 자각과 자존감으로 버티며 건너갈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시인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평생 자동차 핸들조차 잡아보지 못한 채/수많은 불확실을 수 놓으며 걸어왔다."고 고백하고 자신이 이 힘든 현실을 버틸 수 있는 것은 "콘크리트 한 톨 넣지 않고도/영원히 무너지지 않을/시의 집을 세 채"나 가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홍섭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