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님 맛있어요?
박영숙
해님이
깊은 겨울엔
개울물이
꽁꽁 얼어
먹기 힘들어요
봄을 품은 겨울엔
개울물
가장자리부터
살살 녹여가며
야금야금 핥아먹어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힘겨루기
돌 틈과
민들레 씨앗,
비 맞고
바람맞고
햇빛 맞으며
몇 날 며칠
씨름한다
누가 이겼는지
너는 봤니?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오리는 좋겠다
오리가
고개를 물속에 쏙
엉덩이는 물 위에 동동
뒷발로 참방참방
신나게 물장구치며
밥을 먹는다
내가 만약
오리처럼 밥 먹으면
엄마 표정이 어떨까?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그의 시는 무겁지 않다. 살의 무게를 가볍게 건네준다. 바위같은 삶의 무게는 꽃을 찾아 가는 나비 날개처럼 날아오른다. 시인이 무거움 속에서 찾아 낸 가벼움의 비밀은 삶의 무거움을 덜어준다.
시인은 몸을 힘들게 하는 작은 악당을 몸 밖으로 내보낼 수 있는 문을 열어놓기도 한다. 신음 소리는 바로 몸의 문을 여는 소리다. 무거움을 덜어내는 시인만의 비법은 긍정, 사랑, 웃음, 열정이다.
박영숙 시인의 시는 회화적인 요소가 강하다. 다시 말해 그림처럼 말한다. 시적 대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줄 아는 힘도 그의 시의 강점이다.
-이화주 아동문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