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신의 부스러기-김행숙 시집

김남권 2024. 10. 29. 09:49

꿈꾸는 불꽃

김행숙

들녘의 붉은
노을

타는


귀를 기울인다

겸손한
무릎으로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Dreaming Flame

Red sunset
Of the fields

Burning
Light

Listening ears

With
Humble knees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거울

자화상

흙으로 만든

신의
부스러기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Mirror

Self-portrait

Made of earth

God's
Fragment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그림자

조금씩
지워지고 있다

색깔도
빛도

사라지고 있다

감추어진 문

기나긴 잠 속에 취했었나
꽃잎으로 태어나기까지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Shadow

Gradually
Being erased

Even colors
and light

Fading away

Hidden door

Were drunk in long sleep
Until becoming a petal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나는 실존적 시적 초월성이라는 패턴에서 김행숙의 시는 특히 19세기 미국 시인 에밀리 디킨슨과 에스토니아의 요한 리브의 시와 가장 가까운 유사점을 봅니다. 요한 리브는 정신병이 일어나기 전에 쓴 짧은 시 '숲이 부스럭거린다' 에서 김행숙의 비밀의 문과 같은 모호한 다의성을 숲이라는 또 다른 강력하고 모호한 상징으로 담아놓았습니다.
나는 김행숙의 시집 '신의 부스러기'에 있는 시를 높이 평가한다는 점을 덧붙이고 싶습니다. 김행숙의 시는 실존적 시의 초월성이라는 보편적 규범을 실질적으로 풍부하게 함과 동시에 오늘날 한국 최고의 시적 창조성을 탁월하게 대변하고 있다 하겠습니다.
-유리 탈베 시인, 유럽 학술원 회원, 에스토니아 타르투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