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불꽃
김행숙
들녘의 붉은
노을
타는
빛
귀를 기울인다
겸손한
무릎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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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ing Flame
Red sunset
Of the fields
Burning
Light
Listening ears
With
Humble kne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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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자화상
흙으로 만든
신의
부스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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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ror
Self-portrait
Made of earth
God's
Frag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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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조금씩
지워지고 있다
색깔도
빛도
사라지고 있다
감추어진 문
기나긴 잠 속에 취했었나
꽃잎으로 태어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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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dow
Gradually
Being erased
Even colors
and light
Fading away
Hidden door
Were drunk in long sleep
Until becoming a pe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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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실존적 시적 초월성이라는 패턴에서 김행숙의 시는 특히 19세기 미국 시인 에밀리 디킨슨과 에스토니아의 요한 리브의 시와 가장 가까운 유사점을 봅니다. 요한 리브는 정신병이 일어나기 전에 쓴 짧은 시 '숲이 부스럭거린다' 에서 김행숙의 비밀의 문과 같은 모호한 다의성을 숲이라는 또 다른 강력하고 모호한 상징으로 담아놓았습니다.
나는 김행숙의 시집 '신의 부스러기'에 있는 시를 높이 평가한다는 점을 덧붙이고 싶습니다. 김행숙의 시는 실존적 시의 초월성이라는 보편적 규범을 실질적으로 풍부하게 함과 동시에 오늘날 한국 최고의 시적 창조성을 탁월하게 대변하고 있다 하겠습니다.
-유리 탈베 시인, 유럽 학술원 회원, 에스토니아 타르투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