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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나라 아이들-엄순영 동시집

김남권 2024. 11. 1. 06:19

아침 교실

엄순영

아무도 오지 않는
텅 빈 교실에
먼저 온 아침 해가 혼자 놀다가
책을 펴 논 내 책상
가방 놓인 빈 의자
구석진 마루까지 몰래 쓸고 갑니다

늦게 온 철수는
문밖에서 기웃대다
열어 논 뒷문으로 살금살금 기어들어
아침공부
혼자 풀면서
쩔쩔매고 있습니다

"철수야 어서 나와
줄넘기하고 놀자"
바람타고 들려오는 아이들의 노래에
슬며시
뒤돌아보니
선생님도 빙그레 웃고 계셨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꿈나라 아이들

꿈같은
지난날이 그리워질 땐
눈감아도
새록새록
떠오르는 해맑은 꿈나라 아이들

무시로
보고파지는 얼굴
하나 둘 그리다보면
어느새
내 맘속엔
꿈나라 아이들이 몰려들어
재잘재잘 속삭이고

나도 따라
저절로
꿈나라 아이가 됩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선생님 앞에 서면

선생님 앞에 서면
내 키는
자꾸 자꾸 크기만 하고

내 마음은
저절로
어른이 되어요

선생님 앞에 서면
내 생각은
벌써 온 세상을 다 안 것 같고

내 꿈은
어서 커서
선생님 같이 되고 싶어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눈감아도 보이는 그리운 꿈나라 아이들의 무한한 상상과 아름다운 꿈과 일상들을, 나름대로 동심의 순수성과 맑은 마음을 읽기도 편하고 노래하기도 쉬운 운율로 아이들을 그리는 바람과 그리움들을 회상하는 소소한 감성으로 노래하여 보았습니다. 그러나 어찌 보면 소박한 글귀마다 물들은 감성이나 기억들은 지난날 아이들과 동행한 저자의 문학적 삶의 기록이자 여정 같기도 하여, 독자들이 글을 읽는 재미나 즐거움이 어떠할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