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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밥상-최현숙 글 그림

최현숙 수필가의 있는 그대로 강릉, 38가지 사계절 음식 이야기 '강릉 밥상'이 나왔다. 바다와 산을 품은 고장의 사람들이 수 천 년 동안 먹거리로 삼은 음식들을 발로 뛰면서 취재하고 직접 그림을 그려서 만든 '강릉 밥상'은 제철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강릉의 음식 디미방이다. 계절별로 정리한 이 책은 봄, 맛으로 갯방풍죽, 해풍 맞고 자란 쑥전, 봄의 보약 개두릅, 모심기 농부들의 입맛을 사로잡던 누르대, 이밖에도 누덕나물, 고르매, 쇠미역과 참미역, 송홧가루, 지누아리, 곰취가 있고, 여름, 맛으로는 경포호와 향호에서 뜰 채로 잡던 부새우, 감자적, 감자떡, 감자 옹심이, 오징어, 장칼국수, 째복 칼국수 등이 소개되었다. 가을 맛은 연근해에서 잡던 임연수와 토종 민물고기 꾹저구탕, 과즐, 침감, 곶감,..

카테고리 없음 2024.07.08

순한 먼지들의 책방-정우영 시집

이순의 저녁 정우영 둘은 모녀간일까 길가에 놓인 운동기구를 타며 정답게 속삭이고 있다 지나가던 내 귀가 주욱 늘어나 두 사람 주변을 서성인다 이따 집에 가서 전 부쳐 먹자 비도 설핏 다가들고, 엄마 여기 오기 전에 저녁 드셨는데? 고기에다가 맛있게 내가? 내가 밥을 먹었어? 근데 왜 이렇게 배가 고프냐 들은 말들을 되새김질하는 것일까 걷는 내내 접힌 귀는 우울에 빠져 있었다 집에 다 와가는데도 처져 있어 귀에게 전했다 집에 가서 전 부쳐 먹을까? 귀찮다는 듯이 귀가 달싹인다 환영이야 환영과 환영* 사이 갈림길에서 서늘해졌다 안녕과 불안이 동시에 튀어나온다 *늘그막에 환영歡迎에는 환영幻影이 따라다닌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뻐꾸기 시계 -경주에게 아내 임종을 못 지켰어요 형, 옷 갈아입으러 돌아와 신발..

카테고리 없음 2024.07.06

풀이라서 다행이다-한영희 시집

떨림 한영희 잠자리 한 마리가 거미집에 들어와 어름*으로 거미의 혼을 빼놓고 있는데 길고양이 밥자리를 놓고 숨박꼭질 놀이를 시작한다 스무 날쯤 굶어 기어갈 힘조차 없는 거미와 바람을 노래하는 어름꾼이 하나가 되는 시간 날개옷을 입어도 먹이로 결정되는 줄타기의 법칙 냄새를 버리는 사람들 허기를 먹는 고양이들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배를 보며 포식자라는 이름이 달리는 것인데 가슴 뛰는 숨소리는 탄력을 묘사하고 물이 빠져나간 껍질을 바람의 등에 실어 보낸다 치워진 밥그릇은 어디에 숨겨놓아야 하나 *남사당놀이의 줄타기 재주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저수지의 내력 발을 담그고 있는 버드나무 한 그루 긴 머리카락을 흔들고 있다 바닥을 허옇게 드러낸 여자의 맨살 위로 버들강아지들이 살망 살망 내려앉았다 몸이 불어나던..

카테고리 없음 2024.07.05

얼음꽃 사랑-우미자 시집

벚꽃 그늘에 앉아 우미자 내가 처음 벚꽃을 보았을 때 세상에는 이렇게 희고 맑고 순결한 꽃도 있구나 생각했지요 그 꽃잎 속으로 한없이 걸어 들어가면 천상의 세계를 만날 것 같았지요 그러나 지상의 벚꽃 그늘에 앉아 그 꽃잎들 어깨에 받으며 바람 불어 낭창낭창 꽃가지도 휘어지는 그쪽으로 삶을 따라갔지요 내가 처음 그 사람 만났을 때 세상에는 저리도 희고 맑고 순결한 벚꽃 같은 사람도 있구나 생각했지요 벚꽃 길 한없이 걸어가다 보면 생각보다 먼저 마음이 가닿는 사랑 깊은 뿌리까지 내려가 꽃잎으로 피던 사랑 벚꽃 길 걷다가 가만히 그늘에 앉아 한없이 깊고 순결한 그의 생애를 꽃잎마다 새겨서 내 삶의 화첩으로 만들었지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모과 한 알 가을 정원에 갔다가 떨어진 모과 한 알 주워 왔다 나무..

카테고리 없음 2024.07.04

난 황금알을 낳을 거야-한나 요한젠 그림책

'난 황금 알을 낳을 거야'는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림책이다. 꼬마 닭들에게 놀림을 당하면서도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는다. 닭에게는 필요없는 노래부르기와 헤엄치기, 남기를 열심히 배운다. 그리고 이다음에 크면 황금알을 낳겠다고 큰소리친다. 과연 꼬마 닭은 황금알을 낳을 수 있을까? 개구쟁이에다 말썽꾸러기인 꼬마 닭은 과연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을까? 한나 요한젠이 쓰고 케티 벤트가 그린 그림 동화는 우리를 또 다른 상상의 세계로 안내한다.

카테고리 없음 2024.07.02

울음의 변천사-박만진 시집

밤나무 박만진 봄비가 오면 올수록 더워지는 게야 송이송이 풋 송이 푸른 가시 보아! 여기저기 밤나무, 밥 나무인 게야 밤벌레가 벌레면 밥벌레도 벌레야 생밤도 맛있고 군밤도 맛있고 먹으면 먹을수록 배가 부른 찐 밤, 가을비가 오면 올수록 추워지는 게야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밑줄을 치다 아직도 너는 손뼉을 치며 반딧불이를 쫓아 다니느냐 마을 길 코스모스꽃들은 벌써 분단장을 끝냈어라 너는 아직도 맨발인 채로 고추잠자리를 쫓아다니느냐 이 밤도 하늘의 뭇별들은 반짝이는 꿈을 꾼다 저 별은 내 별이고 네 별은 저 별이고 저 귀뚜리 내 귀뚜리 네 귀뚜리 저 귀뚜리 지금 나는 윤동주 시집에 못내 빠져 있고 내 귀뚜리 소리가 열심히 밑줄을 치고 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걷쥬 크지도 작지도 않은 은석저수지 한..

카테고리 없음 2024.07.01

너의 밤으로 갈까-김휼 시집

식물의 시간 김 휼 여섯 살 심장 위에 올려진 검은 돌 식물로 분류된 이후 아이는 한번도 입을 연 적이 없다 힘껏 내달린 시간이 멈출 때, 그 길 끝에서 안개는 피어올랐다 여섯 살의 손과 스물세 살의 얼굴, 한 몸으로 죽은 듯이 누워 귀를 키웠다 출구 없는 침묵 희번덕 눈을 뒤집어 고요를 좇는 아이를 놓칠세라 어미는 잎사귀 같은 손을 붙잡고 시들어 간다 병실 창밖의 구름을 이불로 삼고 잠든 오후 어미의 눈물이 식물을 키우고 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퇴행성 슬픔 바람이 멈추면 내 슬픔은 구체적이 됩니다 봄 흙에 젖살이 오를 즈음 말문이 트였죠 태생이 곰살맞아 무성한 소문을 달고 살았어요 덕분에 성장기는 푸르게 빛났습니다 귀가 깊어 누군가의 말을 들어주는 일을 도맡았습니다 여름이 다 지나던 어느 날 ..

카테고리 없음 2024.06.30

새까만 울음을 문지르면 밝은이가 될까-김밝은 시집

발라드 오브 해남 1 김밝은 목소리만 남겨놓은 그 사람이 떠나갔다 유난히 길어진 눈썹달이 발라드라도 한 곡 불러주고 싶은지 전봇줄 레와 미 사이에 앉아 있다 채우지 못한 음계를 바닷바람이 슬그머니 들어와 연주하면 허공을 가득 메운 노을과 나만이 관객인 오늘 시가 내게 오려는지 그만, 당신을 잃어버렸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어떤 날은 그림자가 더 편하다 살구나무가 등을 살짝 굽힌 채 큰길 너머 사잇길에 눈길을 주고 있었다 비켜서지 못한 바람이 울컥 치미는 향기를 쥐여주고 감쪽같이 사라졌다 잠깐 마음이 휘청거렸지만 아쉬움이 묻은 얼굴을 파란 하늘에 보여주기 싫어 고개를 숙였다 모든 것이 정지된 화면처럼 가슴에 와 박혔다 오래 걸었던 풍경이 천천히 뒷걸음질 쳤고 익숙해진 인연도 여기까지라고 몸을 돌려 뒤..

카테고리 없음 2024.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