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계절을 굽는다 김노을 가을 추수가 시작되면 대나무 발이 갯벌 바다를 향해 줄서기를 한다 밀물과 썰물은 백일동안 대나무 발 사이를 수런수런 드나든다 동지가 지나기를 기다렸다는 듯 풀어헤친 여인의 머릿결처럼 차가운 물결 위를 일렁이는 물김 생김 날김들 어기야 둥둥 노 저어라 어기야 둥둥 노래하라 밥이 되고 책이 되고 삶이되는 춤추는 김이 날아들 수 있게 숭고한 자연 갯벌 바다여 불화로에 김을 굽듯 반백년의 묵은 계절을 굽는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추억의 문장 사무치게 그리운 것은 아닙니다 민트차를 석 잔 마셨을 뿐인데 어둠의 문장을 그리고 있을 뿐입니다 세월의 기억을 소환해 예닐곱 여자 아이의 꿈도 그려넣고 새하얀 카라에 검정 교복을 입었던 소녀의 꿈도 그려 넣었습니다 이제 갈빛 골목길을 돌아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