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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을 밀고 가면 너의 말이 따라오고-이송희 시집

배꼽의 둘레 이송희 내 울음의 뿌리가 어디인지 알았지 지하 방은 좁고 깊어 무엇도 닿지 않아 그림 속 낡은 둘레가 깃발처럼 펄럭인다 색이 번진 표정은 도무지 알 수 없어 맨 먼저 닿은 언어를 빵 속에 섞는다 거울엔 조각난 내가 맞춰지는 중이야 중심이 된다는 건 외로운 일이지 왜 나는 흩어지면서 내면을 겉도는 걸까 모르는 울음의 거처를 내게 다시 묻는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비의 감정 당신은 무식하게 폭언을 쏟아낸다 말 한마디 건넬 틈 없이 문 앞에 붙인 독촉장처럼 언제나 사선으로만 뒤통수를 내리친다 송두리째 쓸고 갈 듯 밀려오는 소리들 기다란 벽에 붙여 당신을 피해 다닌다 금 간 벽 틈새로 들어오는 매서운 통보들 수장한 꿈들은 어디로 쓸려 가는지 누구도 찾을 수 없는 유서가 떠돈다 오가던 길이 잘린..

카테고리 없음 2024.11.06

다시 박인환문학관에서

다시 박인환문학관에 들렀다 비원문학회와 달빛문학회 합동으로 진행하는 가을 문학기행으로 인제를 다녀왔다 박인환 시인의 흔적을 따라 가며, 그 시절의 시인의 옷자락을 매만지느라 감상에 젖기도 하고 시인의 사진과 육필 원고를 보고 그가 들렀던 자리에 머무르며 그리움을 삼켰다 점심은 근처에 있는 인제막국수 집에서 막국수와 수육, 옹심이와 막걸리로 산촌의 향기를 맡았다

카테고리 없음 2024.11.05

박건호 기념 공원에서

연변시인협회 김학송 회장님과 함께 박건호 기념 공원을 둘러 보았다. 원주시 무실동에 위치한 박건호 기념 공원은 시인이자 작사가로 수많은 히트곡을 유행시킨 그의 흔적을 더듬으며 당대의 가수들을 떠올리는 특별한 시간이 되었다. 수석을 좋아하는 김학송 회장님의 취미 덕분에 연변에서 직접 가지고 오신 소품 두 점을 선물로 받았다. 가을이 깊어가는 시간, 산이 시를 쓰고 있다.

카테고리 없음 2024.11.03

꿈나라 아이들-엄순영 동시집

아침 교실 엄순영 아무도 오지 않는 텅 빈 교실에 먼저 온 아침 해가 혼자 놀다가 책을 펴 논 내 책상 가방 놓인 빈 의자 구석진 마루까지 몰래 쓸고 갑니다 늦게 온 철수는 문밖에서 기웃대다 열어 논 뒷문으로 살금살금 기어들어 아침공부 혼자 풀면서 쩔쩔매고 있습니다 "철수야 어서 나와 줄넘기하고 놀자" 바람타고 들려오는 아이들의 노래에 슬며시 뒤돌아보니 선생님도 빙그레 웃고 계셨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꿈나라 아이들 꿈같은 지난날이 그리워질 땐 눈감아도 새록새록 떠오르는 해맑은 꿈나라 아이들 무시로 보고파지는 얼굴 하나 둘 그리다보면 어느새 내 맘속엔 꿈나라 아이들이 몰려들어 재잘재잘 속삭이고 나도 따라 저절로 꿈나라 아이가 됩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선생님 앞에 서면 선생님 앞에 서면 내 ..

카테고리 없음 2024.11.01

우연은 필연처럼 오지-김영삼 시집

백로 김영삼 갈아 놓은 밭에서 백로 한 마리 한참을 섰다 한 걸음씩 세월없이 간다 산다는 것에 대한 질문이 많은 지 온몸이 '?' 한 발을 앞으로 내밀 때 모가지도 앞으로 늘어나고 내민 발이 땅에 닿을 때 모가지도 도로 오므라들고 한 발짝 옮길 때마다 허물고 새로 짓는 물음표 초짜 농군이 신기한 농서를 보듯 밭이랑 골똘히 들여다보다 잠시 먼 산도 보고 가끔 큰 답을 얻었는지 목을 길게 쭉 내뽑아 온몸이 '!'표다 홀로 묻고 홀로 답하여 홀로 가는 몸이 눈부시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내 마음 가는 길 내 마음이 너에게로 가는 길은 밤길이다 한낮에도 굳이 가겠다고 하면 나는 눈을 감아 밤이 되어 준다 그리하지 않아도 갈 수는 있지만 내 마음은 눈뜬 봉사라 밝은 길보다 어둔 길이 더 빠르다 어두면 어둘수..

카테고리 없음 2024.10.31

가비와 달랑구-박선영 동화집

박선영 작가는 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과 생활하며 누구보다 어린이들의 마음을 잘 아는 아동문학가 입니다. 개구장이도 있고 말썽꾸러기도 있고 청개구리도 있지만 그런 아이들의 모습이 결국 이야기가 되고 사랑스런 꿈이 됩니다. 좌충우돌 오늘도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들어 가는 아이들의 세상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친구가 된다는 건, 서로의 마음을 솔직하게 말하고 위로가 되어주는 것이니까요. 책 속의 주인공 달랑구를 불러내 즐거운 학교생활에 대해 물어보는 하루가 되면 좋겠네요.

카테고리 없음 2024.10.30

신의 부스러기-김행숙 시집

꿈꾸는 불꽃 김행숙 들녘의 붉은 노을 타는 빛 귀를 기울인다 겸손한 무릎으로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Dreaming Flame Red sunset Of the fields Burning Light Listening ears With Humble knees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거울 자화상 흙으로 만든 신의 부스러기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Mirror Self-portrait Made of earth God's Fragment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그림자 조금씩 지워지고 있다 색깔도 빛도 사라지고 있다 감추어진 문 기나긴 잠 속에 취했었나 꽃잎으로 태어나기까지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Shadow Gradually Being erased Even colors and light Fadin..

카테고리 없음 2024.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