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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꿈을 꾸지 않으려고-박주하 시집

걷는 나비 박주하 오래전부터 이곳으로 떠내려온 것은 모두 전설이 되었다 떠내려가는 것은 이제 나약한 낱말에 불과하다 이 골목의 성향은 달의 체온에서 비롯되었다 달에서 내려온 나비들의 숙소로 구성되었다 애초에 떠날 이유를 버린 나비들은 날지 않고 걷는다 풍향계를 세워 두고 겪어 온 인생만큼 바람을 만지고 해석한다 나는 날개를 떼어 낸 내 극도의 통점이 어디있는지 뒤돌아 본다 진실은 아마도 그곳에서 멈추었을 것이다 멈추면서 더는 자라지 않았을 것이다 새벽 두 시, 달의 명령을 끌어안고 나비는 파도처럼 몸을 한번 뒤척인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죽은 몸을 붙잡고 우는 사람 잠자리 한 마리가 자신이 빠져나온 육탈을 붙잡고 들여다본다 젖은 몸을 털고 날아올라야 할 것인데 왜 날개를 펼치지 못하는 걸까 슬픈 육체..

카테고리 없음 2023.07.03

찐 감자 한 뚝배기 하실래요?

영월 나우리터 농장의 유기농 감자가 택배로 도착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주문해서 찐감자로 먹는 두백 감자는 분이 나면서 가루처럼 부서져 수저로 떠 먹는다. 시원한 오이 냉국에 찐감자로 저녁을 먹고 남은 감자는 냉장고에 넣어 두고 강낭콩 나올 날만 기다린다. 이제 감자범벅을 해먹고 칠옥수수가 나오기 시작하면 본격적인 여름 별미 기행은 절정을 찍는다 이게 강원도 사는 즐거움이다. 이제는 대학생이 되고 고3이 된 제자의 부모님이 짓는 유기농 농사를 응원하며, 해마다 감자 서리태 태양초를 구매한다. 자연친화적인 농법을 고집하며 아이들도 몸과 마음을 건강하고 아름답게 키운 진짜 농부의 열정과 노력에 박수와 존경을 보내며, 아침도 감자로 해결했다.

카테고리 없음 2023.06.29

김남권 시인과 함께하는 '동시야 놀자' 특강

영월군 한반도면에 있는 신천초등학교에서 '동시야 놀자' 특강을 했다. 오전 9시 10분부터 두 시간 동안 1,2,3학년 아이들과 재미있는 동시 읽기와 김남권 동시집 '엄마는 마법사' 속에 있는 동시를 발표하고 동시 쓰고 그림그리기를 했다. 아이들이 재미있는 동시를 읽으며 깔깔거리고 상상속을 여행하는 동안, 마음 속에는 동시의 집 한 채가 뚝딱 완성되었다. 11시부터 12시 30분까지는 4, 5, 6학년을 대상으로 꿈꾸는 수업을 했다. 아이들이 모두 재미있어 하면서 자기 만의 생각들을 상상의 날개를 펴면서 동시화를 두 편씩 완성했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꽃송이들이 시간이었다.

카테고리 없음 2023.06.28

함께여서 꽃길-김덕용 산문집

아이들의 대화 내용을 듣는 경우가 자주 있다. 그때마다 느끼는 것이 말을 참 잘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저런 의견이 나올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다. 예전 같으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말을 거리낌없이 하는 것을 보면서 역시 놀라게 된다. 혹여 제대로 듣지 못해 무슨 말인지 몰라 하기라도 하면 더욱 선명하게 되뇌어 확실하게 전달되도록 한다. 이는 자기 의사를 분명히 밝히려는 언어 행위로서 권장하여 길러주어야 할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하지 말았으면 하는 말까지 서슴없이 내뱉는 경우다. 무엇보다 이런 분위기를 알아채지 못하고 그저 자신들의 생각만이 옳다고 하거나 반응이 없는 말로 혼자서 지껄이며 재미있다고 하는 것이다. 듣는 이의 처지나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그저 자신의 기분에 따라 즉흥적으로 말을 만들어 내어 ..

카테고리 없음 2023.06.26

밥그릇 무겁다-엄의현 시집

봄 부추 엄의현 아직 아침 바람이 찬데 땅속에서 봄기운이 올라온다 텃밭 살구나무 아래 봄 부추가 고개를 든다 전라도에서는 솔 충청도에서는 졸 경상도에서는 정구지 강원도에서는 부추라 부른다 첫 잎 가장 연하고 향과 맛이 좋다 봄 부추는 사위도 안 준다는 옛말이 있듯 사람에 따라 향이 다르고 파아란 하늘처럼 시원한 맛이다 이슬 한 방울 부추 잎 위로 미끄럼을 탄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욕망의 크기 욕망의 크기에 미치지 못하는 상태가 가난이라면 모든 어린이는 가난하다 이 작고 가난한 세계를 어떠한 수단과 방법으로 채워야 가난에서 벗어날까? 아이는 어른 없이도 잘 크지만 어른은 아이 없이는 더 크지를 못한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음과 양 세상을 아주 단순하게 음陰과 양陽 아주 간단하게 옳음과 그름으로..

카테고리 없음 2023.06.25

양금희 시인, "행복한 동행" 북콘서트

시인이자 수필가인 양금희 작가의 북콘서트가 열렸다. 6월 21일 수요일 오후5시 제주시 맨써드림스페이스 홀에서 개최는 행사는 이어도문학회 장한라 회장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강정애 시인의 여느시 낭송으로 시작한 북콘서트는 한국시문학문인회 부회장이자 제주지회장으로 활동하며 지난해 수상록 '행복한 동행'을 출간한 양금희 시인의 인사말을 듣고, 한라마을 도서관 김동호 관장의 가야금 연주와 시인이자 칼럼니스트인 강병철 작가의 축사와 한국시문학문인회 김남권 회장의 시낭송, 부회장 이희국 시인의 시낭송으로 작품에 대한 감동을 이어갔다. 뉴스앤제주 현달환 대표의 취재로 영상과 기사로 보도된 이날 행사에는 뉴제주식품 장은숙 대표이사와 영하투어 김영하 대표 등 지역 주민들이 참석해 작가의 솔직한 이야기를 듣고, 저녁 만찬..

카테고리 없음 2023.06.23

계간 P.S 시와징후 여름호

계간 P.S시와징후 여름호가 나왔다 황정산 주간의 권두언 '징후를 찾아서'와 문철수 공동 발행인의 시로 보는 세상-귀하게 쓰이는 것은 타고 나는 것이 아니다로 시작되는 여름호는 줌인 예술가의 현장 긴장과 속도의 미학을 찾아서 강정윤 자동차 디자이너전, 송재학의 시 산문 연대와 초대시로 홍일표 시인의 이후 외5편이 수록되었다 신작시는 강빛나의 명예, 고양이 족보 외1편과 고철, 김네잎, 김은닢, 김주대, 박덕희, 박동남, 박수봉, 박형권, 배선옥, 송영희, 심승혁, 이홍섭, 임지은, 우대식, 유종인, 장문석, 장인수, 정병근, 정 선, 한명희, 허 민, 허 연, 황규관, 황윤현, 황정현, 황희순, 휘 민 등의 작품이 실렸다 신작 시조는 강현덕, 류미야, 염창권의 작품이 실려 눈길을 끈다 신작 동시는 김개미..

카테고리 없음 2023.06.21

테레제를 위하여-김완수 시조집

풀뿌리 평화 김완수 집을 나서기만 하면 험한 세상이었는지 대문 밖 골목에 난 잡풀과의 싸움은 소요를 진압해 가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도로 아미타불 같은 질서 유지라 하지만 추석 무렵 반가운 혈육이 온다기에 진압용 무기를 들어 잡풀들 또 뽑았다 밤새 시푸른 모의謀議로 독기 질끈 품고서 무성한 힘만 믿고 연좌 시위 하는 것들 가을날 볕과 비 함께 울력해 온 거구나 어! 시위대 속에서 불쑥 꽃을 내밀며 골목의 평화주의 부르짖는 국화菊花하나 제초제 극약 처방은 멋쩍어 쏙 들어가고 강마른 호전성에 씨 붙는 국화의 말 평화를 행하는 게 어려운 일 아니구나 평화는 집 앞에서도 시작될 수 있구나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쇠눈 소의 굵은 눈망울엔 달덩이가 떠 있다 천 근 무게 눈물에도 기울지 않는 꿈이 흑옥을 갈고 닦은..

카테고리 없음 2023.06.20

어떤 슬픔은 함께할 수 없다-손택수 시집

귀의 가난 손택수 소리 쪽으로 기우는 일이 잦다 감각이 흐릿해지니 마음이 골똘해져서 나이가 들면서 왜 목청이 높아지는가 했더니 어머니 음식맛이 왜 짜지는가 했더니 뭔가 흐려지고 있는 거구나 애초엔 소리였겠으나 내게로 오는 사이 소리가 되지 못한 것들 되묻지 않으려고 상대방의 표정과 눈빛에 집중을 한다 너무 일찍 온 귀의 가난으로 내가 조금은 자상해졌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저녁 숲의 눈동자 하늘보다 먼저 숲이 저문다 숲이 먼저 저물어 어두워오는 하늘을 더 오래 밝게 한다 숲속에 있으면 저녁은 시장한 잎벌레처럼 천창에 숭숭 구멍을 뚫어 놓는다 밀생한 잎과 잎 사이에서 모눈종이처럼 빛나는 틈들, 하늘과 숲이 만나 뜨는 저 수만의 눈을 마주하기 위하여 더 깊은 숲속으로 들어간다 저무는 하늘보다 더 깊이 ..

카테고리 없음 2023.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