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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와 새-그림 동화

소녀는 꿈을 꿉니다 고래와 함께 헤엄지고, 아주 높이 나는 새 한 마리와 눈을 맞추고 그 누구도 말하지 않는 걸 말하는 천사를 바라봅니다. 비 내리는 날 나무에 우산을 씌워주거나 새에게 호두알을 나눠 주면서 소녀는 세상을 돌보는 방법에 대해 배우게 됩니다. 소녀가 꾼 꿈은 무엇이었을까요. 아주 오랫동안 비가 내린 뒤, 우리의 세상은 조금 더 나아졌을까요? 이걸 꿈이나 환상, 기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살아간다는 건 매일 푸른 밤 아래에 누워 꿈을 꾸는 일이겠지요. 소녀와 새의 만남처럼 이렇게 꿈같은 일들이 독자들의 꿈속으로 들어옵니다. 하룻밤 사이에 소녀의 방 창문까지 자란 나무 한 그루, 그 나무에 둥지를 튼 새 한 마리, 이상한 일들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여우..

카테고리 없음 2023.07.31

청포도-이육사 탄신 백주년 기념 시집

황혼黃昏 이육사 내 골방의 커텐을 걷고 정성된 맘으로 황혼을 맞아들이노니 바다의 흰 갈매기들 같이도 인간은 얼마나 외로운 것이냐 황혼아 네 부드러운 손을 힘껏 내밀라 내 뜨거운 입술을 맘대로 맞추어보련다 그리고 네 품안에 안긴 모든 것에 나의 입술을 보내게 해다오 저 십이성좌十二星座의 반짝이는 별들에게도 종소리 저문 삼림森林속 그윽한 수녀修女들에게도 쎄멘트 장판 우 그 많은 수인囚人들에게도 의지가지없는 그들의 심장心臟이 얼마나 떨고 있을까 고비사막을 끊어가는 낙타駱駝탄 행상대行商隊에게나 아프리카 녹음綠陰속 활 쏘는 인디안에게라도 황혼아 네 부드러운 품안에 안기는 동안이라도 지구의 반쪽만을 나의 타는 입술에 맡겨다오 내 오월의 골방이 아늑도 하오니 황혼아 내일도 또 저 푸른 커텐을 걷게 하겠지 정정情情이 ..

카테고리 없음 2023.07.30

공진共振-김선화 수필선

무의식의 세계를 옮겨놓은 것이 꿈이라고 말한 철학자가 있다. 그래서인지 현실에서 이루어지기 어려운 것들도 꿈속에서는 쉽게 이뤄질 때가 있다. 설혹 깨어났을 때의 허탈감을 맛볼지언정, 환상적인 그 세계에 빠지는 것은 행복한 일이 되기도 한다. 현실도피와도 같은 꿈속에서는 불가능한 일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잠결에도 꿈인 줄을 알아 깨어나고 닢지가 않다. 나는 남동생을 잃은 후로 몇 차례 꿈속에서 만난 일이 있다. 만나면 이내 헤어져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한번은 명절 가까운 날에 찾아온 동생을 못 본체 하였다. 나를 향해 큰 걸음으로 오는 동생을 더 오래 보려고 곁눈질만 했는데, 반가운 마음에 손을 내밀었더니 어느 틈엔가 가버리고 없다. 마음먹은 대로 꿀 수도 없는 것이 꿈이지만, 여인들에게 ..

카테고리 없음 2023.07.29

아직 도달하지 않은 입의 문장-조선의 시집

가을 쓸쓸함의 불치 조선의 달빛을 생각하다 낙엽을 밟고 말았다 닫힌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은 신의 의중을 벗어나 먼 곳의 소리까지 붉어지는 기도의 방식 뒷전으로 밀려났던 체념이 들썩거리며 그간 행불된 이파리들이 늦가을의 최전선으로 몰렸다 홀로라는 말에는, 쓸쓸함의 불치不治가 들어있었다 형형색색의 문장들은 온천지를 뒤흔든다 온갖 빛의 서직지 같은 도시에서 궁금증이 날아오면 왜 그토록 부질없는 일에 집착했는지 인정사정없이 현실에 떠밀리면서도 움켜쥐려 했던 것들은 무엇이었던가 바스락대던 단풍잎이 다 떨어지고 나서야 무슨 비밀을 해몽하는지 귓전이 분주하다 서로 다른 여독으로 인해 낙엽은 붉고 노랗고 생의 결절을 비감속에 숨긴다 머물 자리를 찾아 나뒹구는 것들은 새의 날개만 봐도 두근거릴 것이다 가진 것 다 내어놓..

카테고리 없음 2023.07.28

두려움이 살짝-배정순 동시집

호박잎아 배정순 왜 그리 잎을 크게 키우니? 아빠 손보다 내 얼굴보다 크잖아 커야 밥 많이 먹지 광합성 밥 욕심쟁이라고? 아니야 마음껏 먹어도 된댔어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대 태양이 주는 광합성 밥은 너도 밥 먹을래?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노크하는 바람 호수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바람, 너는 안 돼 호수 위를 노크해도 소용없어 그냥 물 위에서 살랑 살랑 춤추며 놀다 가렴 구름도 나무도 그림자만 들여보내잖아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꼬리 잡아라 옷장 문틈으로 내민 저 꼬리 책상 서랍 속에서도 꼬리 내밀었네 겁없이 내민 저 꼬리 잡아라 엄마 앞에서 꼬리 흔들어 나만 혼날라 어서 저 꼬리 잡아라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시간을 압축하면 보이지 않는 시간을 압축하고 압축하면 단단하게 되지 단단한 돌..

카테고리 없음 2023.07.26

엄마 까투리-권정생 그림동화

권정생 그림 동화 '엄마 까투리'를 읽었다 다시 보는 그림 동화는 어머니의 사랑이 얼마나 위대하고 아름다운지, 얼마나 뜨겁고 희생적인지, 자식을 위해서는 자신의 몸을 아낌없이 바칠 수 있는 이 땅의 유일한 신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는 책이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이들을 위해 마지막까지 동화를 쓰고 사후에도 어린이재단을 만들어 어린이들의 꿈을 응원하고 있는 아동문학가 권정생 선생님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이 녹아 있는 책이다 다시금 모성애의 위대한 힘을 깨닫게 해 주는 책이자 진짜 하느님의 모습을 보여주는 가슴 아프고 감동적인 그림 동화다

카테고리 없음 2023.07.25

이육사문학관을 다녀 오다

이육사 문학관을 다녀왔다 안동 시내에서 도산서원 방면으로 삼십분쯤 차로 이동하면 퇴계 고택과 묘소를 지나 작은 고개를 넘으면 원촌리 낙동강 자락이 내려다보는 언덕 위에 이육사문학관이 나온다 입구에는 이육사 시인 동상과 함께 '절정'이란 시를 만날 수 있고 문학관 오른쪽 오솔길을 백 미터쯤 올라가면 이육사 요소가 나온다 부인 안일량 여사와 함께 합장되어 있는 묘소엔 민족시인 이육사 시인의 묘비가 광야를 향해 서 있다 문학관에 들어서면 이육사 흉상을 만날 수 있고 영상자료실에서 이육사의 생애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감상하고 전시실을 둘러보며 이육사의 친필 원고와 생애를 돌아볼 수 있다 1층 카페에서는 이육사 시집, 이육사의 생애와 활동, 문집 등 다양한 책을 구입할 수 있고 커피를 마시면서 한쪽 벽면을 장식한 ..

카테고리 없음 2023.07.24

권정생의 흔적을 따라가다

권정생 동화나라와 권정생 선생이 살던 오두막집에 다녀왔다, 아이들을 좋아해서 평생 동시와 동화만 쓰면서 가난하게 살던 시골 교회 종지기의 동화같은 이야기속으로 다녀왔다. 비마저 주춤한 7월 22일, 토요일 11시경 도착한 권정생 동화나라는 폐교된 일직초등학교 자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교정에는 동화 속 캐릭터와 장면들이 조형물로 조성되어 있었다. 문학관으로 들어서면 권정생 선생님의 흉상과 함께 생애 연표가 복도를 따라 전시되어 있고 전시실 내부로 들어가면 그의 생애와 작품 활동억 대한 여정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다. 친필 원고와 편지, 유언장은 그가 생전에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가슴 뜨겁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5킬로쯤 떨어져 있는 권정생 선생이 살던 오두막집은 작가의 존재와 삶이란 어떤 것..

카테고리 없음 2023.07.23

독립서점 '오직'에 가다

여주의 독립서점 '오직'으로 가는 길은 누구나 쉽게 찾을 수있는 대로변에 위치해 있다. 자가용으로 이동하면 영동고속도로 여주 나들목을 나와 10분 정도면 도착하고 전철이나 시외버스, 고속버스를 타고 여주종합터미널에서 내려서 택시를 타면 대략 5분 남짓 걸린다. 그렇지만 내가 선택한 방법은 자가용도 택시도 아닌 도보로 이동하는 방법이다. 여주 터미널에서 내리자마자 도보 이동을 위한 네비게이션 앱을 열고 여주대교를 건너 이동하는 코스다.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도로 위를 걷는다는 건 다소 미친 짓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삼십 분을 걸어서 서점에 도착했다. 마음의 길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화려한 간판만 보고가다 대로변에 있는 소박한 간판을 놓치기 쉬운 딱 그만한 위치에 '오직'이라는 독립서점이 눈에 들어왔다...

카테고리 없음 2023.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