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나비 박주하 오래전부터 이곳으로 떠내려온 것은 모두 전설이 되었다 떠내려가는 것은 이제 나약한 낱말에 불과하다 이 골목의 성향은 달의 체온에서 비롯되었다 달에서 내려온 나비들의 숙소로 구성되었다 애초에 떠날 이유를 버린 나비들은 날지 않고 걷는다 풍향계를 세워 두고 겪어 온 인생만큼 바람을 만지고 해석한다 나는 날개를 떼어 낸 내 극도의 통점이 어디있는지 뒤돌아 본다 진실은 아마도 그곳에서 멈추었을 것이다 멈추면서 더는 자라지 않았을 것이다 새벽 두 시, 달의 명령을 끌어안고 나비는 파도처럼 몸을 한번 뒤척인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죽은 몸을 붙잡고 우는 사람 잠자리 한 마리가 자신이 빠져나온 육탈을 붙잡고 들여다본다 젖은 몸을 털고 날아올라야 할 것인데 왜 날개를 펼치지 못하는 걸까 슬픈 육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