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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여서 꽃길-김덕용 산문집

김남권 2023. 6. 26. 09:31

아이들의 대화 내용을 듣는 경우가 자주 있다. 그때마다 느끼는 것이 말을 참 잘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저런 의견이 나올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다. 예전 같으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말을 거리낌없이 하는 것을 보면서 역시 놀라게 된다. 혹여 제대로 듣지 못해 무슨 말인지 몰라 하기라도 하면 더욱 선명하게 되뇌어 확실하게 전달되도록 한다. 이는 자기 의사를 분명히 밝히려는 언어 행위로서 권장하여 길러주어야 할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하지 말았으면 하는 말까지 서슴없이 내뱉는 경우다. 무엇보다 이런 분위기를 알아채지 못하고 그저 자신들의 생각만이 옳다고 하거나 반응이 없는 말로 혼자서 지껄이며 재미있다고 하는 것이다. 듣는 이의 처지나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그저 자신의 기분에 따라 즉흥적으로 말을 만들어 내어 미주알고주알 해댄다.
-중략-
내 생각이 전적으로 다 옳은 것이 아니기에 상대방의 생각을 듣고 가장 합당한 협의를 끌어내는 그런 대화가 우리 아이들에게는 필요하다. 이것이 인간관계를 맺는 첫걸음이요. 이 사회를 살아가는 방식이기도 하다. 내 생각을 관철하려 하기보다는 상대방의 의견을 먼저 들어주는 태도를 길러야 한다.
-본문 34쪽 말하기보다 듣기에 치중하라 중에서

우리의 옛 선인들은 봉사란 말을 쓰지 않았다. 살아가는 일상이 지극 정성으로 예를 다해 함께 더불어 하는 일이었으니 구태여 쓸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것도 자원이란 말까지 덧붙여 가면서 의미를 두지 않았다. 모든 행동을 양심에 기반한 판단에 따라 자발적으로 삶 자체에서 늘 해왔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스스로 원해서 한다는 등의 조건을 달았겠는가. 그저 공경과 섬김의 마음에서 우러나 우러르는 생활을 해 온 것이다. 그러니 그 어디에도 봉사란 말이 없다. 그래서일지는 모르지만, 자원봉사에 대한 풀이를 하나같이 외국어에서 빌려 인용하는데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에겐 정말 내세울 만한 유례가 없어서일까. 그야 남의 것이라도 본받을 가치가 있다면야 의당 배우고 익혀야 하겠지만 그 본래의 의도하는 바가 다르다면 굳이 끌어다 쓸 당위가 있겠는가 싶다.
-본문 169쪽 봉사는 무슨? 그러해야 하는데 중에서

계기마다 잔말을 해댔다. 사람다운 사람이 되라. 의견을 내세우기보단 듣고 신중히 판단하여 옳음을 실천하라. 요행을 바라지 말고 부단히 노력하라. 등 도움이 될 법한 말을 훈화 지도라는 명분으로 주절거렸다. 아마도 아이들에게는 듣기 싫은 잔소리였을 것이다. 그렇다. 여기에 수록한 글은 교직 생활하는 동안 삶의 교훈으로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문집 우리누리에 담은 내용이다. 클로버 이야기도 그러하다. 네 잎을 좇느냐 세 잎을 가까이하느냐는 전적으로 추구하는 이의 몫이다. 행복을 향해 매진해 나가다 보면 행운도 따르지 않을까 싶은데 어디에 초점을 두고 살아가느냐가 관건이다. 나의 잔소리를 듣고 성장한 아이들은 어떤 토끼풀과 마주하고 있을까?
-머리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