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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까닭-김노을 시집

여름 앓이 김노을 어쩌면 우연이겠지 흔들리는 바람이겠지 슬며시 다가와 고뿔이란 이름을 던지고 간 너는, 이유가 생각나지 않더라 변명처럼 말이야 냉철한 해열제를 사야겠다 그리고 철들지 않는 바람 앞에서 신열을 앓아야겠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슬픈 도미노 전기료가 또 오른다고 한다 가스비 기름값 교통비도 오를 것이다 서민들에게는 인두세도 모자라 마시는 공기에도 세금을 매길 기세지만 부자들은 법인세를 깎아주면서 선심을 쓴다 컵라면 삼각 김밥 설탕 소금 생수도 오른다고 한다 돈 없고 배고픈 서러움은 무엇으로 달랠까! 인건비 줄이려고 AI가 대신하는 세상 놀부 마누라의 밥주걱에 붙은 밥알도 뺏어 먹는 세상이라니 낮고 낮은 곳에서 연하고 순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차례로 쓰러지지 않도록 가난한 마음들이 서로의 ..

카테고리 없음 2023.08.13

발자국 공작소-이서은 시집

빗방울처럼 이서은 너는 결코 작지 않다 강물이 되지 못하면 어때 느리지만 치열한 원형의 발자국을 남기고 모든 직선의 희망이 된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그게 다 단골 국숫집에서 혼자 앉아서 밥을 먹는 사내가 쩝쩝 소리를 내는 것도 아버지의 안부 전화가 잦아지는 일도 윗집 강아지가 밤새 짖어대는 것도 그게 다 외로워서 그래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어느 가을 아침 나의 복숭아뼈는 더 이상 복숭앗빛이 아니다 청춘에 말린 햇살을 끌고 와 툭, 툭, 창문을 구워 먹는다 밤이 게을러도 되는 상강 무렵 복숭아의 살은 뜯어 먹고 뼈만 남았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발자국 공작소 하루만큼의 고단함을 발끝에 싣고 빨래방 안으로 사람들이 모이고 있다 계절을 잊은 자기 덩치만 한 여행용 가방에서 숨겨둔 이야기를 뱉..

카테고리 없음 2023.08.12

3초면 된다

화요일 오후, '동시야 놀자'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데 함께 공부하는 아이들 중 막내인 1학년 수현이가 가만히 와서 내 손을 잡았다. 오늘 동시 수업을 하는 동안 '3초 동안'이란 시를 읽고 짝꿍과 3초 동안 눈맞춤하기를 할 때 내 짝꿍이었던 수현이가 그 짧은 순간 내 마음을 읽은 것 같아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너무 많은 말을 하면서 상처를 주고, 갈등을 부추기고 거짓말을 거짓말로 변명하는 요즘 세태를 보면서 말을 줄이고 손을 잡고 눈을 맞추고 가슴을 안아주라고 하고 싶다. 수현이가 가만히 다가와 내 손을 잡아주었던 것처럼,

카테고리 없음 2023.08.10

폴라 익스프레스 -크리스 반 알스버그

옛날에는 내 친구들도 산타 할아버지 썰매의 방울 소리를 들을 수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 더는 그 소리를 듣지 못하게 되었어요. 내 동생 사라도 크리스마스에 아름다운 방울 소리를 듣지 못한 지 오래 되었대요. 나는 비록 어른이 되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듣는답니다. 산타 할아버지를 믿는 사람들에게만 들린다는 방울 소리 말이에요. -책 속에서 오래전 크리스마스 전날 밤이었어요. 나는 이상한 소리를 듣고 창밖을 내다보았지요. 이게 웬일이에요? 우리 집 앞에 아주 커다란 기차가 서 있지 뭐예요? 칼데콧상 3회 수상 작가 크리스 반 알스버그의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황홀한 크리스마스에 대한 이야기, '폴라 익스프레스'는 어른이 되어서도 꿈과 이상향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다. 크리스..

카테고리 없음 2023.08.09

짱구네 고추밭 소동-권정생 그림 동화

권정생 그림 동화 '짱구네 고추밭 소동'을 읽었다. 이맘때면 집집마다 시골의 마당가에는 빨간 고추를 햇볕에 말리는 풍경을 흔하게 볼 수 있었는데 요즘은 건조기가 도입되면서 흔하지 않은 풍경이 되었다. 아동문학가 권정생은 자신이 살고 있던 시골 마을 풍경을 생각하면서 고추밭에 주렁주렁 달려 있는 고추들을 소환해 이야기를 만들었다. 풋고추가 빨갛게 익어가면 농부의 수확의 기쁨에 대한 기대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수확을 앞둔 귀한 농작물 도둑은 계속 있었나 보다. 짱구네 고추밭에 고추가 익어가자 한밤중에 고추 도둑이 나타나 고추를 훔쳐 가다가 화가 난 고추들에게 복수를 당하고 도둑의 자루에서 탈출한 고추들은 무사히 고추밭에 돌아와 고춧대에 매달리게 된다는 이야기다. 우리 음식에서 없어서는..

카테고리 없음 2023.08.08

두더지 밥상-최광집 동시집

봄꽃 편지 1 최광집 눈 이불 덮고 시린 손 호호 불며 눈구멍 뚫어 꽃대 올린 복수초 하얀 눈물 낙엽에 삭혀 봄소식 전하는 샛노란 꽃 편지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오빠 친구는 개구쟁이 우리 학교 학생회장 키 크고 잘 생긴 오빠 친구다 옆 동 아파트 9층 사는데 등교 때마다 우연인지 몰라도 자주 만나게 된다 오고 갈 때마다 눈인사하면서 하트를 던지는 개구쟁이 이웃 오빠 싫지는 않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수수깡 물레방아 마을 앞 시냇물 졸졸졸 징검다리에 앉아 아빠와 만든 수수깡 물레방아 새총 가지에 걸어놓고 스르르 뱅뱅 떡방아 찧는 소리 갈대숲 물새 우는 소리 수수깡 물레방아 잘도 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두더지 밥상 할머니 텃밭에 두더지가 산다 자고 일어나면 땅이 부풀어 올라 채소밭 여기저..

카테고리 없음 2023.08.07

나도작가 글쓰기 과정 수강생 모집

'나도 작가'가 될 수 있다, 하반기 글쓰기 과정 수강생을 모집합니다. 시, 수필 지도와 함께 한 달에 한번 시낭송 이론과 실기 강좌도 진행합니다. 출판사와 정식 계약서를 쓰고 내 책을 출간하여 국립중앙도서관에 납본하고 작가가 되는 과정을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영월(월), 원주(목), 서울(금) 편하신 대로 선택하실 수 있고 9월에 개강하여 매주 수업을 합니다. 시창작 이론 기초, 수필 창작 이론 기초, 글쓰기 첨삭 지도, 시낭송의 이론과 실기, 문학기행, 작가와의 만남, 주제별 이론과 실기, 우수한 작품 등단 추천, 시집 수필집 발간 지원, 자서전 집필 지원 등, 수강생 맞춤 수업으로 작가되기 과정을 동행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문의 바랍니다. 김남권 시인 010-7253-5663

카테고리 없음 2023.08.05

계간 P.S시와징후 후원회원이 되어주세요

계간 'P.S시와징후'는 한국문단의 따뜻한 동반자로 캄캄한 바다 한 가운데 빛 한 줌 뿌려놓고서 '희망'을 견인하는 이정표가 되고자 합니다. 2023년 봄호로 창간해서 초대시와 투고시, 집중조명 신작초대석, 줌인 예술가의 현장, 송재학의 시와 산문, 초대 동시, 류흔의 방랑일기, 김효은의 리뷰,문철수의 시로 보는 세상, 문학관 탐방, 독립서점에 가다. 천창호의 가사시 읽기 등 다양한 내용으로 문예지의 재미와 감동을 더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정기구독과 후원회원, 평생회원으로 계간 P.S를 응원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누구나 부담없이 정기구독과 후원회원으로 참여하실 수 있도록 금융결제원의 승인을 받아 CMS 계좌를 개설하고 매달 1만원 이상, 자동이체가 가능하도록 계좌를 개설하였습니다. 독자여러..

카테고리 없음 2023.08.03

네 기분은 어떤 색깔이니-최숙희 그림책

그림 동화 '네 기분은 어떤 색깔이니'를 읽었다. 아이들하고 그림책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동시도 썼다. 수시로 변화하는 자신의 기분을 색깔로 표현하는 시간은 아이들에게 즐거운 상상력을 갖게 한다. 그림을 보면서 색감을 자극하고 자기만의 색깔을 찾아 이야기를 만들어 보는 일은 분명 행복하고 특별한 일이다. 아이들의 상상력이 무지개빛으로 감성이 풍부하고 자기 색깔이 분명한 모습으로 성장해갔으면 좋겠다. 꿈을 꿀 수 있다는 건, 살아있다는 기쁨이다. 상상할 수 있다는 건, 영혼이 순수하다는 뜻이다. 시를 쓰는 일도 마음의 심상이 맺히게 하는 것이기에 아이들의 상상력 수업은 창의력과 감성 발달의 가장 큰 플랫폼이 된다.

카테고리 없음 2023.08.02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이준관 시집

저녁 풍경 이준관 빨래를 거둬들이며 여자는 먼 들길을 바라본다 삽을 어깨에 메고 남편이 돌아온다 풀꽃을 따며 놀던 아이가 돌아온다 소를 앞세우듯 기인 그림자를 앞세우고 들에서 집까지 저녁놀이 아름다운 길을 놓아준다 여자는 처마에 불을 켠다 제집인 양 저녁별이 모여든다 풀벌레들이 모여든다 밥솥에서 밥물이 조용히 끓고 토닥토닥 도마질하듯 풀벌레들이 울기 시작한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나는 다리를 건넌다 다리를 건너 직장에 가고 다리를 건너 시장에 간다 그러고 보면 나는 많은 다리를 건너왔다 물살이 세찬 여울목 징검다리를 두 다리 후들거리며 건너왔고 나무로 얼기설기 엮어 만든 삐걱거리는 나무다리를 건너왔고 큰물이 지면 언제 둥둥 떠내려갈지 모르는 다리를 몸 휘청거리며 건너왔다 더러..

카테고리 없음 2023.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