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밭 너머 김 림 콩밭 매러 간 서방님 오십 년째 그 세월 끌어안은 새댁머리엔 어느새 무성한 거리 콩밭엔 그저 눈길만 보낼 일이지 그도 아니면 마음만 아예 신 벗고 콩밭 매러 가신 날 오십 년째 울타리 너머 잡초밭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전쟁놀이 옹기종기 모여 앉은 아이들 햇볕 아래 빛나는 사금파리 무기로 전쟁놀이가 한창이다 금단의 선을 범하면 명쾌하게 내려지는 사망선고 "야, 너 죽었어." 죽었다는 말이 이리도 명랑한 말이었나 머리를 긁적이며 죽은 아이가 웃는다 지나간 것들은 동글동글 모서리가 닳아져 있게 마련 조막만 한 손바닥이 지구를 훑는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홍어무침 열여섯 살 겨울 성탄절 전야 주소도 없이 한두 번 엄마 손에 이끌려 갔던 외삼촌 집에 엄마의 부음을 전하러 간다 구로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