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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령-김 림 시집

콩밭 너머 김 림 콩밭 매러 간 서방님 오십 년째 그 세월 끌어안은 새댁머리엔 어느새 무성한 거리 콩밭엔 그저 눈길만 보낼 일이지 그도 아니면 마음만 아예 신 벗고 콩밭 매러 가신 날 오십 년째 울타리 너머 잡초밭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전쟁놀이 옹기종기 모여 앉은 아이들 햇볕 아래 빛나는 사금파리 무기로 전쟁놀이가 한창이다 금단의 선을 범하면 명쾌하게 내려지는 사망선고 "야, 너 죽었어." 죽었다는 말이 이리도 명랑한 말이었나 머리를 긁적이며 죽은 아이가 웃는다 지나간 것들은 동글동글 모서리가 닳아져 있게 마련 조막만 한 손바닥이 지구를 훑는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홍어무침 열여섯 살 겨울 성탄절 전야 주소도 없이 한두 번 엄마 손에 이끌려 갔던 외삼촌 집에 엄마의 부음을 전하러 간다 구로동 ..

카테고리 없음 2023.05.03

중얼거리는 사람-정병근 시집

중얼거리는 사람 정병근 부유음浮遊音 한 소절이 종일 뇌리에 붙어 다닌다 그것은 끓고 있는 죽 같고 뚜껑 없는 냄비 같다 다 퍼낸 바닥에 고이는 물처럼 사람을 만나면 안녕하세요가 툭 튀어나온다 그래야 한다는 듯이 다음을 기약하는 말끝에 속말이 따라붙는다 쳐다보는 표정 뒤로 눈이 숨는다 너의 말을 내놔라 말이 있어요 할 말이 있어요 몸 안에 말이 있다고 눈을 껌벅이며 울먹이던 사람을 보았다 가지가 몽땅 잘린 나무둥치의 옆구리를 뚫고 툭 튀어나오는 꽃처럼 목구멍을 기어 나오는 선충들처럼 잘린 곳에 실가지가 무수히 뻗어 나온다 다 게우고 나면 괜찮아질 거야 등을 두드리며 위로하는 말의 뒤통수에 미운 말이 들끓는다 곡을 끝낸 상주는 한 번씩 음, 음, 하고 자신의 목청을 확인한다 말을 멈출 수는 없으니까 죽은 몸..

카테고리 없음 2023.05.02

돌고 돌아 흐르는 강물처럼 '하회마을'

시간을 걷는 이야기, '돌고 돌아 흐르는 하회마을' 이라는 그림책이 나왔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김유경 작가는 '바람의 맛'이라는 그림책을 만들었고 '아름다운 우리 한옥', '엄마의 김치수첩' 등에 그림을 그렸다. 김유경 작가는 이 책을 만들기 위해 하회마을에 직접 가서 머물면서 하회마을 사람들의 향기를 담아왔습니다. 하회마을에 가기 전에는 그곳이 왜 그렇게까지 좋은지 까닭을 몰랐습니다. 하루 내내 골목골목을 마음 가는 대로 걷다 알았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절절 끓는 아랫목에 누워 창호지 바른 문을 열어 보고야 알았습니다. 쪽마루에 서서 기지개를 펴다 날갯짓이 바쁜 제비와 눈을 마주치고서 알았습니다. 오래된 빛깔,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600여 년의 몇 분의 몇도 안 되는 아주 작은 시간을 살..

카테고리 없음 2023.05.01

정병근 시인의 시토크

정병근 시인의 詩토크에 다녀왔다 4월 29일 오후5시, 노원역 은근의 '책방 봄'에서 책방지기 송영신 씨가 진행하는 북 토크엔 시인을 좋아하고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만 모였다. 정병근 시인은 1988년 불교문예, 2001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해 시집으로 '오래 전에 죽은 적이 있다', '번개를 치다', '태양의 족보', '눈과 도끼'등 네 권의 시집을 내고 이번에 다섯번 째 시집 '중얼거리는 사람'을 출간했다. 끊이없이 새로운 말을 발견하고 사람을 발견하는 일에 주저함이 없는 정병근 시인의 언어가 시의 행간을 가득채우고 또 새로운 말이 되어 독자들에게 오롯하게 전달되는 시간이었다. 참석자들이 자기 자리에서 좋아 하는 시를 낭독하고 질문과 대답을 하며, 시인의 말 한 마디에 귀기울여 마음을 담는 모습들이 인상..

카테고리 없음 2023.04.30

나호열 시인과 함께하는 詩톡 콘서트

나호열 시인과 함께하는 詩톡 콘서트에 다녀왔다 시톡 코너트는 4월 29일 토요일 오후3시 노원역 베토벤 하우스에서 한국공연문화예술원 서수옥 원장님의 진행으로 시작되었다. 지난해 출간한 나호열 시인님의 시집 '안부'에 수록된 시를 낭송하고, 시집 속의 시와 시인의 생각을 묻는 대담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김재천 강만수 정병근 시인님과 도봉문화원 시창작 과정의 김석흥 회장님과 회원 등 50여 명이 참석해 시집 속의 주옥같은 시를 낭송하며 나호열 시인님의 시가 전해주는 메시지와 진솔한 인생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비 그친 오후,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시인이 만나 시인의 말을 생각하고, 시의 행간을 따라 감정을 이어간다는 사실은 메마른 대지에 촉촉하게 비가 내리고 새싹이 돋아나는 순간을 함께 ..

카테고리 없음 2023.04.29

제2회 문덕수 전국시낭송대회

제2회 문덕수 전국시낭송대회 개최요강 1971년 월간 시문학을 창간하여 한국 시문학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심산 문덕수 시인의 시와 문학정신을 널리 알리고 한국시문학문인회 회원들의 좋은 시 창작활동에 이바지하고자 한국 문학의 100년을 여는 제2회 문덕수 전국시낭송대회를 한국문인협회 후원으로 개최하고자 합니다. 1. 시낭송대회 참여 조건 가. 지정시-문덕수 시인의 작품 중 한 편을 선정하여 암송할 것 나. 자유시-애송시나 한국시문학문인회 회원들의 작품 한 편을 선정하여 암송할 것 (단 한국시문학문인회 회원시를 낭송할 경우 가산점 부여) 다. 배경 음악 없이 암송하여 발표할 것 라. 지정시 및 자유시는 한국시문학문인회 다음 카페 ‘제2회 문덕수 전국시낭송대회’ 첨부파일에서 선택할 수 있고 시낭송회 원고방에..

카테고리 없음 2023.04.28

엄마는 예스맨-최돈수 동시집

사랑나무 최돈수 엄마는 나를 보고 시냇가에 심은 나무래요 아빠도 나를 보고 목마름이 없을 아이래요 엄마 아빠의 사랑으로 아빠 엄마의 믿음대로 엄마 아빠의 말씀대로 보배로 자랄 거에요 꽃보다 예쁘게 자랄 거에요 꿈꾸는 시간 미소 가득한 얼굴로 바라보는 사랑나무가 될 거에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노래가 샘솟는 날 새 신을 신는 날 내 키가 커져요 으쓱으쓱 쑥쑥쑥 새 신을 신는 날 내 마음이 기뻐요 야호야호 야야호 새 신을 신는 날 내 눈이 빛나요 반짝반짝 반짝반짝 새 신을 신는 날 나는 자꾸만 걸어요 사뿐사뿐 사뿐 새 신을 신는 날 나는 노래해요 자꾸만 노래가 나와요 준성이 입에서 노래가 샘솟는 날은 새 신을 사는 날, 새 신을 신는 날 랄~라 랄라 랄라랄라 라 새 신을 사는 날, 새 신을 신는 날 내..

카테고리 없음 2023.04.26

다시 읽는 '소나기'

황순원의 '소나기'를 다시 읽었다 시적 문체로 구성된 파스텔 톤의 단편소설 '소나기'는 간결한 문장, 탄력있는 감상에 물들게 한다 황순원문학관에서 만난 아이들도 애니메이션을 보고 미디어 영상으로 소나기를 만나며 무지갯빛 꿈을 만들고 있었다 어린 시절의 순수한 영혼으로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멈춤의 순간을, 언어의 갈피속에서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굽이라고 할 만하다. 소녀가 속삭이듯이 이리 들어와 앉으라고 했다. 괜찮다고 했다. 소녀가 다시 들어와 앉으라고 했다. 할 수 없이 뒷걸음질을 쳤다. 그 바람에 소녀가 안고 있는 꽃묶음이 우그러들었다. 그러나 소녀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비에 젖은 소년의 몸내음새가 확 코에 끼얹혀졌다. 하지만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도리어 소년의 몸기운으로 해서 떨리던 몸이 적이..

카테고리 없음 2023.04.25

달무리동인회 문학기행을 다녀와서

달무리동인회 문학기행을 다녀왔다 양평 두물머리 영화촬영지에서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순간을 바라보고 있는 사백 년전 느티나무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연잎 핫도그로 간식도 사먹었다. 주말이라 몰려온 사람들은 강물의 흐름을 보며 신록과 봄햇살의 정취를 즐기며 유유자적하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두물머리에서 나와 근처에 인근에 있는 세미원에 들렀다. 아직 연꽃이 피려면 멀었지만 영산홍이 피어나고 아기자기한 정원의 뜨락을 거니는 즐거움은 자연이 주는 기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연꽃 박물관과 마음의 정원 세한도 풍경은 또 다른 감흥을 불러일으켰다 점심은 콩탕과 도토리묵밥에 지평막걸리를 곁들였다. 서종면 정원가든은 어른신 부부가 운영하는 맛깔나는 음식점이다. 식사를 마치고 소나기 마을 황순원문학관에 들렀다. ..

카테고리 없음 2023.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