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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삼키다-정우석 시집

계절 정우석 연분홍 진달래가 아래로 점, 점 소리 없이 가라앉고 있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뻐꾸기 울음이 바람에 뚝, 뚝 부러지고 있어 오늘의 나무가 어제의 나무보다 시무룩한 건 어째서일까 뼈마디 앙상한 손바닥 위에 진득한 시간이 달라붙어 있어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마른 번개 이번 주에 모일 수 있는 사람? 사촌이 얼마 뒤 외국에 가야 한대 그전에 모여 식사나 같이 하자 오랜만에 받은 문자에도 선뜻 그러자고 답하지 못하네 백신을 오늘 맞아서 힘들어 나는 다음 주에 맞아야 돼 그러면 나중에라도 한 번 모이자 기약 없는 다음을 예고하며 쓴웃음으로 사라진 번개 마스크 없이 다녀본 적 없는 외출 지난 설은 이미 집에 틀어박혔고 곧 다가올 추석도 엄두가 나지 않는데 창밖 하늘에 마른 번개가 치고 있네 ㅡㅡㅡㅡㅡ..

카테고리 없음 2023.09.23

왼편에 대한 탐구-안혜경 시집

왜가리 안혜경 방문을 열었을 때 책상의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은 왜가리였다 왜가리는 나를 쳐다보지 않고 벽만 보고 있었다 분명 저녁에 수변 길을 산책할 때 마주친 왜가리였다 나는 전혀 아는척하지 않았고 노란 눈동자에 어른거리던 물그림자도 눈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왜가리는 내 책상 앞에 앉아 있다 이제는 나를 빤히 노려보며 영리하게 보이는 눈을 반짝이고 있다 물풀의 가벼운 흔들림이 손등을 간지럽혔다 일없이 창문 너머 저녁 하늘만 바라보았다 나는 왜가리가 나갈 수 있도록 문간에서 비켜났다 날개를 펼쳐 들었을 때에는 온 방 안이 날개로 뒤덮인 양 나는 몸을 움츠렸다 왜가리는 책상을 부리로 톡톡 두 번 두드린 후 내 대답을 기다리는 듯 날개를 접고 가만히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오히려 문을 열고 밖으로 ..

카테고리 없음 2023.09.21

천마총엔 달이 뜨지 않는다-심은섭 시집

뻐꾸기 시계 심은섭 이 지상으로 내려올 수 없다는 것을 너는 안다 그렇다고 너는 너의 운명에 대해 울어서도 안 된다 숲속으로 되돌아 갈 수 없다는 것도 너는 안다 그렇다고, 너는 너의 가문을 원망하며 울어서도 안 된다 너를 광두정에 걸어 놓고 황금알을 낳기를 바라는 나를 위해 울어야 한다 그냥 울지 마라 이마에 흰 뼈가 드러나도록 울어야 한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장마 빗줄기들이 강변에 모여, 진갈색 구렁이 한 마리를 낳는다 머리도 없고, 입도 없이 온몸을 뒤척이며 기어간다 논밭을 갉아 먹고 토담집 몇 채 삼키고 빗방울을 깨물며 혼자 걸어간다 여름이면 끊을 수 없는 인연으로 몸집만 부풀리는 네 업의 양과 질을 달아볼 저울을 찾지 못한 채 한없이 흘러가지만 여름 끝에 매달린 패랭이꽃은 별과 같이 피었..

카테고리 없음 2023.09.20

조금 전의 심장-홍일표 시집

서쪽 홍일표 빛을 탕진한 저녁노을은 누구의 혀인지 불붙어 타오르다 어둠과 연대한 마음들이 몰려가는 곳은 어느 계절의 무덤인지 돌의 살점을 떼어 낸 자리에 묻혀 숨 쉬지 않는 문자들 하늘을 돌아서서 흐르는 강물에 몸 담그고 돌멩이 같은 발을 씻는다 밤새 걸어온 새벽의 어두운 발목이 맑아질 때까지 딛고 오르던 모국어를 버리고 맨발로 걸어와 불을 밝히는 장미 몇 번의 생을 거듭하며 붉은 글자들이 줄줄이 색을 지우고 공중의 구름을 중얼거리며 흩어진다 마음 밖으로 튀어나온 질문이 쓸쓸해지는 해 질 녘 걸음이 빨라진 가을이 서둘러 입을 닫는다 뼈도 살도 없이 오래된 이름을 내려놓고 날아가는 구름 비누 거품 같은 바람의 살갗이라고 한다 허공을 가늘게 꼬아 휘파람 부는 찌르레기 입술이 보이지 않아 아득하다는 말이 조금..

카테고리 없음 2023.09.18

효석문화제 북플리마켓 '평창의 작가들'

효석문화제 '평창의 작가들' 북플리마켓 마지막 날이다. 가을 장마가 며칠 이어지는 동안에도 꾸준히 자리를 지켜준 작가들 덕분에 하루도 공친 날은 없었다 효석문화제도 오늘 끝난다 아침 먹고 서둘러 행사장으로 가볼 작정이다 본 행사장 무대가 있는 곳에서 이효석 문학관 주차장을 지나 효석달빛언덕 주차장에 주차하고 '꿈꾸는 달' 카페 앞으로 오면 만날 수 있다 아직 메밀꽃은 한창이다

카테고리 없음 2023.09.17

강원아동문학 제48집 출판기념회

'강원아동문학' 제48집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16일 오전 10시, 강릉 김동명문학관에서 이정순 사무국장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송양초등학교 1학년 라도경 어린이의 피아노 연주와 정지혜 정보람 어린이의 댄스스포츠 식전 행사로 막이 올랐다 강원아동문학회 유금옥 회장님의 내빈 소개와 인사말에 이어서 제42회 강원아동문학상 이용희 아동문학가의 수상작 낭독과 시상, 좋은 작품상 수상자 김현순 전상기 한영환 전세준 아동문학가에 대한 시상이 이어졌다 나는 부회장 자격으로 참여하여 좋은 작품상 시상을 하고 기념촬영을 했다 김종영 명예회장에 대한 감사패 수여도 함께 이루어졌다 2부 순서로 상상의 힘과 스토리텔링이라는 주제로 권영상 아동문학가의 세미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강원문협 회장 남진원 아동문학가와 강릉문..

카테고리 없음 2023.09.16

모정문학회 '지금부터 청춘이다' 출판기념회

영월사회복지협의회 부설로 진행하는 '나도 작가가 될 수 있다' 수료식 겸 출판기념회를 마쳤다 4년전부터 팔순의 어르신들을 모시고 글쓰기 수업을 시작하면서 수줍고 부끄러워 하시던 어머니들의 모습은 어느새 당당하고 열정 넘치는 모습으로 바뀌어 모정문학회 네 번째 문집 "지금부터 청춘이다"를 발간하기에 이르렀다 14일 오전 10시부터 영월군 노인회 대강당에서 열린 출판기념회는 김남권 시인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영월사회복지협의회 이규태 회장의 축사와 동강문학회 홍성래 회장, 엄기원 영월노인회 회장의 격려사를 듣고 달빛문학회 김봄서 시인의 축시낭송에 이어서 모정문학회 박양선 회장의 소감발표와 자작시 낭송을 시작으로 김정희 박양선 장영옥 박선덕 김영순 김경분 정영자 권영상 이정기 박점조 홍기운 어르신의 시낭송을 들었..

카테고리 없음 2023.09.14

계간 P.S시와징후 가을호

계간 P.S시와징후 가을호가 나왔다 진란 부주간의 권두언 '이제 가을이다'를 비롯해 문철수 발행인의 시로 보는 세상, 김남권 발행인의 작가와의 만남 지상 중계, 김효은 문학평론가와의 대담 내용과 이육사 문학관 탐방, 독립서점에 가다 등도 수록되었다. 줌인 예술가의 현장은 몽환 속에서 나를 보다. 송재학의 시산문 재즈와 미국 문학사, 초대시 김정수의 속세를 나는 외4편, 신작시로는 공광규 시인의 초파리 외1편, 김고니 김광영 김나영 김뱅상 김지율 배재경 설태수 손택수 윤유현 이로운 정숙자 등 25며믜 작품과 김수형 서정화 이서연 이송희의 시조, 유금옥 임희진 홍재현의 동시, 최재선의 가을호 리뷰, 투고시로는 박종빈 서진배 이승리 이충기 정화의시가 눈길을 끌고 있다. 진경환의 시화 읽기, 문학동인 순례 푸르..

카테고리 없음 2023.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