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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빈둥거림이 수북하고-조극래 시집

문병 조극래 한 송이 장미꽃이 문병 왔다 해쓱한 얼굴에 얽은 몸, 물병으로 목발을 했다 함께 왔던 친구가 내 엄살을 퉁퉁 불리고 갔다 창밖에는 만성체증이 도진 붉은병꽃나무 소낙비로 열 손가락을 딴다 바람의 간섭에 넌더리를 내는 뻐드랑니 창문 창가는 서름서름한 마음들이 모여드는 공원 같은 곳 나는 꽃의 낯빛을 살피다가 문득, 밥과 국물을 나눠주던 휠체어 백장미를 생각한다 점심을 받아 든 노숙자들은 때늦은 사월의 눈을 말아 들이키고 공원은 잠시나마 살이 올랐었다 지금 나는, 발목에 붕대를 감은 것만으로도 비바람이 들이치는데 그녀는 깎아지른 슬픔으로 얼마나 뒤척였을까 이 꽃 또한 뿌리를 잃었을 때 여린 잎마저 가시를 움켜쥐었을 것이다 혹독한 질시를 다 걷어내고 숭고한 꽃으로 다시 피기까지, 그 몹쓸 몸살이 내..

카테고리 없음 2023.06.17

신의 정원에서-박용재 시집

강릉에서 박용재 그게 잇혀질 일이냐 나 죽는다 해도 그게 어디 그리 쉽게 잊혀질 일이냐 강릉에서 널 사랑한 일 그 일 말이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그리웁게시리 우터 그러냐?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이 밤 달빛 속으로 그렇게 떠나가느냐 그리웁게시리 남대천변 새벽이슬 맺힌 달맞이꽃 젖은 꽃잎에 앉았다 고만 훌쩍 날아가 버리는 밤나비처럼 우터 그러나? 마지막 작별 인사도 없이 그렇게 지워져 가느냐 평생 그리웁게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붓꽃편지 나보다 날 더 사랑한 그대는 먼저 하늘길 가고 난 세상에 남아 붓꽃 핀 정원에서 편지를 쓴다 그곳 삶은 괜찮냐고? 고개 들어 하늘에 대고 소리친다 너무 보고 싶다고 울다가 다시 쓴다 다시 만날 테니 그때까지 잘 있으라고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동백꽃에게 마음..

카테고리 없음 2023.06.16

책 보러 가자-서울 국제도서전

코엑스에서 열리는 국제도서전에 다녀왔다 6월 14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전시회에는 그림책, 그림 동화, 소설, 인문학 도서, 취미생활을 즐기는 다양한 책들과 함께 가장 비인간적인 도구와 즐길거리들도 눈길을 끈다. 내 동시집 '1도 모르면서', '엄마는 마법사', '선생님 복수타임' 을 출간한 고래책빵의 부스도 마련되어 있어서 재미있는 퍼즐놀이와 그림동화 동시집 등을 직접 살펴보고 구입할 수 있다. 전시회에서 구입하는 책들은 10% 할인혜택도 받을 수 있어서 다양한 책도 보고 저자들도 만나고 북토크에서 참여할 수 있다. 입장권은 온라인 구매로 미리 예약할 수도 있고 현장 구매도 가능하다.

카테고리 없음 2023.06.15

소이부답笑而不答-강우식 시집

가족력家族歷 강우식 나는 가족력이 있다. 누굴 탓하려면 피를 이은 부친을 들먹여야 하지만 고맙게도 나를 길러주신 아버지를 원망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 병이 아주 고약해서 나에게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대로 자식들에게까지 이어져 있다. 그러니 천형처럼 아들손자로 대대로 갖고 산다. 병원에서도 의사들이 온갖 병은 다 신약 개발이다 첨단 수술로 고치면서도 왜 가족력은 근본부터 뿌리 뽑을 방법은 못 찾는지 모르겠다. 유전성이 강한 것이 발병 원인이니까 워낙 가려내기란 참 힘들 것이다. 아무튼 나는 신장 즉 콩팥이 나쁘다. 소식小食에 음식을 가려 먹어야 되는 무척 까다로운 병이다. 이 병에는 마음 놓고 먹어야 되는 음식이 없다. 그런데 병원에 가면 담당 의사도 환자가 가려야 될 음식 정도는 다 알고 있다고 믿..

카테고리 없음 2023.06.14

정류장이라는 기쁨-이영희 시집

싱클레어&데미안 이영희 물을 껴안은 사내, 무릎을 접고 비스듬히 기댄다 하늘은 레드향을 터뜨린다 밀리는 퇴근길이 연어 알처럼 붉다 가로등이 자신을 켜면 저녁이라 부른다 부르던 나무의 긴 목소리 굴뚝같은 손짓 알처럼 해거름은 깨어날 거라 속삭여주곤 했다 오동나무 요람에 누우면 물관 가득한 속삭임 희붐한 시절이었다 찢겨 사포질 당하면서도 놓지 않았던 이름을 영원처럼 불렀다 벤치의 노숙은 소년을 향한 기다림이었다 종일 하류를 뒤지던 소년 환청을 헤매며 저녁이란 저녁을 샅샅이 뒤져 벤치를 찾아 바닥을 쪼며 갈퀴를 저으며 목이 길어지고 무릎 밑이 검어지더니 우아한 먹이 낚아채게 되었다 부리에서 팔딱이는 은빛 찰나는 슬프도록 아름다웠으며 지금은 산란의 시간 사내가 흘리는 물에 흘러 벤치는 숲을 다녀올 수 있다 스스..

카테고리 없음 2023.06.13

손택수 시인과 작가와의 만남

손택수 시인 초청 작가와의 만남을 가졌다 6월 10일 오후3시 영월문화예술회관 소회의실에서 개최된 작가와의 만남은 달빛문학회 회원들과 동강문학회 홍성래 회장. 엄의현 시인, 영월군사회복지협의회 소영미 사무국장, 모정문학회 박양선 회장과 김정희 시인, 영월군민 등 50 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강나루 시인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손택수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어떤 슬픔은 함께할 수 없다"를 중심으로 귀의 가난, 먼 집, 바다 무덤, 수목장, 부산, 이력서에 쓴 시, 권정생의 집, ㅁ자 마당에 물 발자국, 의자 위에 두고 온 오후, 기계의 마음, 잎이 쓰다, 숨은 꽃 등 12편의 시를 낭독하고 시 속에 담겨 있는 사연들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대담은 시인이자 아동문학가이며 달빛문학회에서 7년 째 문예창작 강의..

카테고리 없음 2023.06.12

해피엔드-한창옥 시집

관계들 -Corona Blues 한창옥 정체 모를 작은 벌레가 하늘과 땅 사이 목덜미를 잡고 있다 입 코를 가린 침묵 속의 호흡은 뜨겁다 새들도 여린 꽃도 목젖이 보이도록 떠들고 싶겠지 사소한 보호가 필요하다고 아무도 듣지 않는 외침이 엉긴다 애초에 잘 익은 고집의 수위는 내려올 줄 모르고 이미 던져진 주사위는 대답 없는 물컹한 맨발이다 지하철 경로석은 오랫동안 몸을 비우고 부드럽게 포옹하고 있는 연인의 작은 어깨가 정갈한 가을비에 처연히 젖고 있다 계단도 숨이 차도록 달음박질치는 땀이 흥건해진 택배기사의 호흡소리 닫힌 대문과 당신 사이에 따뜻한 기척을 놓고 간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엄마의 젖꼭지 구멍 난 아버지 러닝구는 어머니 여름나기 티셔츠였다 구멍 숭숭 뚫린 누런 속옷 한 벌도 귀한 시절 하얗..

카테고리 없음 2023.06.09

시인과 여배우-이동재 시집

시인과 여배우 Poet and actress -故강수연(1966~2022)에 의한 강수연을 위한 By the late Kang su-yeon, for Kang su-yeon 이동재 우리가 돈이 없지 언제 가오가 없었냐? We have no money but we all have Gao 내 말이 바로 그 말이다! That's what I mean!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더 킹 The King, Korea 2017 다큐 검찰 공화국 Documentary Prosecutors Republic 왕王자를 손바닥에 쓰고 방송에 나왔다가 진짜 왕 노릇하게 된 어느 검사의 등장을 선취하고 있는 영화 A movie that preempts the appearance of a prosecutor who appeared..

카테고리 없음 2023.06.06

시에티카 2023년 상반기호

반년간 시에티카 2023년 상반기호가 나왔다 시에문학회 공주 조치원 문학기행 특집으로 권용옥 김옥경 서봉순 양문규 양선규 엄태지 조영행 황구하 시인의 디카시와 김길전 나문석 양효숙의 에세이, 효림 스님의 시와 붓글씨와 만남, 시낭송 화보가 눈길을 끈다. 시에티카 여행에세이로는 양문규 주간의 '여행 다녀왔다' 시에티카 시인을 찾아서는 이은봉 시인의 신작시 어수리나물 외4편과 시집 속의 시, 신작 시집 이야기 등이 흥미롭게 수록되었다. 시에 시로는 강신용의 밥 9 외1편, 고안나의 나무 아래서 외1편, 김기화의 실족 외1편, 김남권의 목련이 네 이년!, 새벽 등 두 편이 실렸고 김백겸의 죽음-법성포 굴비들의 시체 냄새 외1편, 황구하의 깐깐오월 외1편, 진영대의 문의 변천사 외1편 등 43명의 신작시가 선을..

카테고리 없음 2023.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