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 조극래 한 송이 장미꽃이 문병 왔다 해쓱한 얼굴에 얽은 몸, 물병으로 목발을 했다 함께 왔던 친구가 내 엄살을 퉁퉁 불리고 갔다 창밖에는 만성체증이 도진 붉은병꽃나무 소낙비로 열 손가락을 딴다 바람의 간섭에 넌더리를 내는 뻐드랑니 창문 창가는 서름서름한 마음들이 모여드는 공원 같은 곳 나는 꽃의 낯빛을 살피다가 문득, 밥과 국물을 나눠주던 휠체어 백장미를 생각한다 점심을 받아 든 노숙자들은 때늦은 사월의 눈을 말아 들이키고 공원은 잠시나마 살이 올랐었다 지금 나는, 발목에 붕대를 감은 것만으로도 비바람이 들이치는데 그녀는 깎아지른 슬픔으로 얼마나 뒤척였을까 이 꽃 또한 뿌리를 잃었을 때 여린 잎마저 가시를 움켜쥐었을 것이다 혹독한 질시를 다 걷어내고 숭고한 꽃으로 다시 피기까지, 그 몹쓸 몸살이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