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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연못-박차숙 동시집

달콤한 꼬임 박차숙 꿈나라 문을 막 열려고 하다가 아직 안 한 숙제 생각이 났다 그때, 꿈나라에서 누군가 속삭였다 "숙제 걱정 말고 모험을 떠나자, 어서어서 들어와!" 달콤한 꼬임에 스르르 꿈나라로 빨려 들어갔는데 신나는 모험은 커녕 꿈나라에서 내내 숙제만 했다 15분이면 끝날 숙제를 8시간 동안이나 해야 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한숨 때문에 엄마의 한숨이 쏟아져 나와 거실 바닥에 가득 깔렸다 잘못 밟았다가는 고꾸라질까 봐 내 방에서 꼼짝 안 한다 한숨들이 내 방까지 스멀스멀 밀려오기에 방문까지 꼭 닫아버렸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방구석 먼지 우리가 안 보이나 봐 하루 이틀 사흘...... 우리가 아직도 안 보이나 봐 뭉치자!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 세상에 엄마 없는 생명이 있을까요?..

카테고리 없음 2024.10.14

라면 먹고 갈래?

라면 먹고 갈래? 늦은 시간에도 종로3가 라면 편의점엔 일본 관광객들로 북덕거렸다. 벽마다 가득 붙어 있는 포스트잇은 70프로 이상이 일본 글씨체다. 몇 년전 처음 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동남아 관광객이 가끔 보였는데, 오랜만에 늦은 시간에 들른 라면 편의점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같이 라면을 먹을 사람은 없었지만 아침까지 여기서 든든하게 해결하고 난 청량리역으로 간다. 커피 먹고 갈래?

카테고리 없음 2024.10.12

그 혀는 넣어두세요-이서은 시집

그 혀는 넣어 두세요 이서은 너 T야? 함부로 두 번째 손가락을 이마 위에 갖다 대지 마세요 물 건너온 알파벳 몇 개로 정의할 그런 존재는 없어요 ISNT? ENTF? DINK? 딩~크~족? 짧은 혀를 함부로 굴리지 마세요 길을 걷다가도 압사당하고 수학여행 갔다가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비 오는 날이면 지하에서 수장당하고 한 해 목표가 생존이 되어버린 이봇에서는 무자식이 가장 큰 축복일지 모릅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민들레 밥상 쌀이 되지 못한 음표들이 공중부양하고 있다 장례식만 기다리는 바보상자에서는 실컷 배 한번 불러보지 못한 아이들이 앵벌이 중이다 적어도, 꽃은 꽃으로만 보이길 바랐다 밥이 되지 못하는 시 한 편 겨우 쓰면서 이게 다 밥알이었으면 하는 다정한 마음이 낯설다 수평으로 끓고 있는 ..

카테고리 없음 2024.10.09

정선역 가는 길-이정표 시집

게거품 이정표 아무도 없는 해변에서 산더미 게들을 치마폭에 쓸어 담는 꿈을 꾸셨다고 했다 생의 난간에서 헛발을 디뎠을 때 거품 물고 눈 뒤집는 건 게 꿈꾸고 태어난 계집의 항변 족보엔 없어도 유래는 분명하다 휘젓고 앞서 나가려고 하면 한움큼씩 잡히는 모래알 세상이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란 건 태어나기도 전 어머니의 선몽으로 알려 주었다 산다는 건 구멍 난 배 위에 홀로 남아 차오르는 불안을 쉼 없이 퍼내는 극한 작업 튀어나온 눈으로는 앞을 보고 있지만 뒤틀린 걸음은 자꾸 옆을 향해 나아가고 집게발로도 잘라내지 못한 삶의 역풍逆風은 몸 뒤집고 버둥거리다 허연 거품만 쏟아낸다 나는 도망간 희망을 쫒는 한 마리 암게 앙다문 입술에 거품 머금고 사막이 된 시간을 엉금엉금 찾아 나선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

카테고리 없음 2024.10.08

고요한 세상의 쓸쓸함은 물밑 한 뼘 어디쯤일까-금시아 시집

노을을 캐다 금시아 새빨갛게 물든 한 폭의 안골포 저녁 해가 횃불처럼 포구를 밝히는 동안 바다와 갯벌 그 배접 끝에서 노부부가 노을을 캐고 있다 늙은 아내가 호미로 한 움큼씩 노을을 캐내면 노인은 깜짝 놀라 입을 꼭 다문 노을을 얼른 망에 주워 담는다 횃불이 사그라지기 전에 딱 하루만큼만 채운 노을 자루를 비척비척 밀며 끌며 가는 노부부의 느리고 굼뜬 실루엣, 저리 더딘데 어느새 이리 멀리 왔을까 캐낸다는 것은 자벌레처럼 수없이 구부정한 허리를 폈다가 구부리는 수행 생채기 덧나고 덧나 굳은살 박인 오체투지 같은 것 끝없는 이야기처럼 막다른 아픔과 적막한 슬픔이 물든 안골포의 하루 퇴장하면 호밋자루처럼 접힌 노부부의 긴 그림자 가로등 환한 언덕을 달팽이처럼 기어 올라간다 큰 대야 속의 노을 뻐끔뻐끔 밭은 ..

카테고리 없음 2024.10.07

달빛문학회 제8집 출판기념회,제2회 영월군어린이 동시백일장 시상식

달빛문학회 제8집 출판기념회, 제2회 영월군어린이 동시백일장 시상식을 개최했다. 영월교육지원청, 강원아동문학회, 한국시문학문인회의 후원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무릉초등학교 6학년 이송현 어린이의 친구들이 대상을 수상했다. 옥동초등학교 2학년 윤서윤 어린이가 금상, 영월초등학교 정민송, 무릉초등학교 서은정 어리이가 은상, 영월초등학교 김지이, 강민재, 신윤기, 김수지, 박주원 어린이가 동상을 수상했고, 주천초등학교 박새봄 외 12명이 특별상을 수상했다. 초대공연으로 첼리스트 김연정, 바이올리니스트 전민혜 님의 독주와 합주에 이어서 회원 시낭송 순서로 대미를 장식했다.

카테고리 없음 2024.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