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꼬임
박차숙
꿈나라 문을 막 열려고 하다가
아직 안 한 숙제 생각이 났다
그때, 꿈나라에서 누군가 속삭였다
"숙제 걱정 말고 모험을 떠나자, 어서어서 들어와!"
달콤한 꼬임에 스르르 꿈나라로 빨려 들어갔는데
신나는 모험은 커녕
꿈나라에서 내내 숙제만 했다
15분이면 끝날 숙제를
8시간 동안이나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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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 때문에
엄마의 한숨이 쏟아져 나와
거실 바닥에 가득 깔렸다
잘못 밟았다가는 고꾸라질까 봐
내 방에서 꼼짝 안 한다
한숨들이 내 방까지 스멀스멀 밀려오기에
방문까지 꼭 닫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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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먼지
우리가 안 보이나 봐
하루 이틀 사흘......
우리가 아직도 안 보이나 봐
뭉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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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엄마 없는 생명이 있을까요? 다양한 이유로 엄마의 존재를 모르거나 같이 살지 않을 뿐이겠지요. 만5세 우리 채서는 엄마를 기억하지 못합니다. 채서가 말을 배우고 나서 어느 날, 할머니께 시장에 가거든 엄마 좀 사오라고 할 때도 있었지요. 그럴 때마다 고모인 나를 비롯한 가족들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곤 했습니다. 정작 채서는 아주 태연하게 아무 일도 아니라는듯 말했지만 말입니다. 친구들은 다 가진 엄마가 없으니 채서도 엄마를 갖고 싶었나봅니다.
-시인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