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나의 관계 류 흔 믿어주실지 모르지만 나는 나무와 연애를 한다 어둔 숲에서 지조 높은 한 나무를 골라 몸통을 끌어안고 애무한다 과정 중에 나무가 표현을 하지 않는 점이 나는 늘 불만이지만 절정의 순간에 그가 흘리는 수액이 나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안다 은밀히 한다고는 하는데 울지 않는 새가 지척에서 지켜볼 때도 있다 우리는 깊이 사랑해서 그런 불편쯤 개의치 않는다 다시 한번 고백하건대 나는 나무와 연애를 한다 솔직히 나무의 진심을 들은 바 없으나 나무와 나는 참으로 거시기한 그런 관계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섬 코발트블루 빛깔 광장에 방금 찧은 쌀 한 섬 툭 내려놓았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근황 마당에 낙엽이 떨어져있다 가을이니까 그렇다 쓸쓸했다 빗자루를 가져와 쓸어야 할까 낙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