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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도착하지 못한 말-강재남 시에세이

김남권 2023. 12. 6. 09:43

강재남 시인의 시에세이 '당신에게 도착하지 못한 말'은 시인이 좋아하는 시 60여 편의 시에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짧은 에세이로 풀어내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경남일보에 연재한 글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 출간한 강재남 시인은 좋은 시를 빌려주신 시인들께 다정한 마음을 전하며 나비가 되어야겠다고 밝히고 있다.

본문에는 김춘수의 가을 저녁의 시, 김남권의 목련 그림, 문태준의 망인, 고경숙의 첩실기, 천양희의 너에게 쓴다, 안도현의 나비의 문장, 정희성의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신경림의 귀로, 복효근의 어머니 여자, 손택수의 거미줄, 문인수의 달북, 김인육의 사랑의 물리학, 허수경의 기차는 간다, 곽재구의 또 다른 사랑 등 주옥 같은 시들이 강재남 시인의 삶의 흔적들과 어우러져 시 속에서 또 다른 그림을 만들고 있다.

자장가는 단순하게 아기를 재우는 게 아니란 걸 아이를 보내고 알았습니다. 청년이 된 아이를 떠나보내고 나도 모르게 자장가를 불렀습니다.
자장가는 영영 깨지 않을 아이에게 깊고 포근한 잠을 자게 하는 진혼곡이란 걸 왜 이제야 알았을까요.
어떤 일은 큰일을 겪은 후 알아갑니다. 나약한 인간이 끝없이 나약해지지 않기 위해 새로운 것을 붙잡고 살아야 하는 일을 생각합니다.
자장자장 ...바유시키 바유... 자장가는 전생이어서 슬프고 꿈에서 왔기에 슬프고 이루지 못할 꿈이어서 슬프고 슬픈 세상에 존재하기에 슬픕니다.
너는 너의 별이어서 슬프고 우리 이제 다른 별이 생의 밭이어서 슬픕니다. 자장자장...바유시키 바유...네 귀에 수면의 묘약을 흘려보냅니다.
네 살던 세상 같은 건 잊고 필사적으로 달콤한 잠에 들어라. 너의 별에서 이 슬픈 자장가를 불러주는 이는 없어야 한다. 아가야.
-시인의 에스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