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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더지 밥상-최광집 동시집

김남권 2023. 8. 7. 08:05

봄꽃 편지 1

최광집

눈 이불 덮고
시린 손 호호 불며

눈구멍 뚫어
꽃대 올린 복수초

하얀 눈물
낙엽

에 삭혀

봄소식 전하는

샛노란
꽃 편지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오빠 친구는 개구쟁이


우리 학교 학생회장
키 크고 잘 생긴
오빠 친구다

옆 동 아파트 9층 사는데
등교 때마다
우연인지 몰라도
자주 만나게 된다

오고 갈 때마다
눈인사하면서
하트를 던지는

개구쟁이 이웃 오빠
싫지는 않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수수깡 물레방아


마을 앞
시냇물 졸졸졸

징검다리에 앉아
아빠와 만든

수수깡 물레방아
새총 가지에 걸어놓고
스르르 뱅뱅

떡방아 찧는 소리
갈대숲
물새 우는 소리

수수깡
물레방아 잘도 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두더지 밥상


할머니 텃밭에
두더지가 산다

자고 일어나면
땅이 부풀어 올라

채소밭 여기저기가
고속도로 터널 같다

할머니는
투정 한번 없이
날마다 꼭꼭 밟아준다

밭에 거름을 많이 주어
영양분이 많은 탓

지렁이 번데기 나비유충
거미 풍뎅이 달팽이가 많아

두더지의
좋은 밥상이란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더위 사려


대보름날 아침
아빠가 불러도
못 들은 척

엄마가 불러도
못 들은 척

형이 불러도
못 들은 척

사랑방
할아버지께서
"아범아!"
"예"
"내 더위 사 가게"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나는 어린 시절, 산 강 바다가 주위에 있어 좋은 자연환경에서 보냈습니다. 그 추억이 너무 아름다워 동시로 남겨 우리 아동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책 머리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