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점 이도화 쪽방에 버려져 있던 한 청년의 고독사는 살이 녹아내리고 흰 뼈가 드러나서야 공기를 타고 주위에 알려졌다 고시촌 곳곳에서 발길을 감추기 시작한 낡은 후드 티의 형제들, 구부정해진 고독을 한 차례 더 꺾어 어둠 속에 밀어 넣는다 거미줄로 동여맨 반지하 칸막이 방에는 창이 있어도 새어 나올 빛이 없고 말끔히 빈 지갑에는 라면스프 봉지가 들어있다 코끝에 감돌았을 한 모금의 숨, 좇아 까치발을 세우려 해도 방바닥은 쓰레기 늪, 푹푹 무릎까지 빠지고 있었을 것인데 짧게 줄여 쓴 이력서와 고쳐 쓰다만 자소서가 꽂혀있는 책꽂이 위로는 고이 걸어둔 양복 한 벌, 시종 근엄한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묵은지 사랑 티격태격하면서도 마침내 황혼에 이른 사랑은 함께 노을에 젖어드는 아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