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잎아
배정순
왜 그리
잎을 크게 키우니?
아빠 손보다
내 얼굴보다 크잖아
커야 밥 많이 먹지
광합성 밥
욕심쟁이라고?
아니야
마음껏 먹어도 된댔어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대
태양이 주는 광합성 밥은
너도 밥 먹을래?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노크하는 바람
호수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바람, 너는 안 돼
호수 위를
노크해도 소용없어
그냥 물 위에서
살랑 살랑 춤추며
놀다 가렴
구름도 나무도
그림자만 들여보내잖아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꼬리 잡아라
옷장 문틈으로
내민 저 꼬리
책상 서랍 속에서도
꼬리 내밀었네
겁없이 내민
저 꼬리 잡아라
엄마 앞에서 꼬리 흔들어
나만 혼날라
어서 저 꼬리 잡아라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시간을 압축하면
보이지 않는 시간을
압축하고 압축하면
단단하게 되지
단단한 돌이 되지
캄캄한 동굴 속
시간과 시간을
모으고 모아
압축하고
압축하고
또 압축한 시간들이 뭉쳐서
단단한 석순이 되고
종유석이 되고
석화가 되었어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경포습지에서 만난 길 잃은 새들에게
태풍이었을 거야
널 낯선 이곳으로 보낸 것이
갑작스런 날씨 변화였는지도 몰라
온도가 길인 철새였다면
혹시 길 잃고 헤매다가
호수 보고 반가운 마음에
내려온 거니?
경포습지 해설사가 말해 줬어
길 잃은 철새가 부쩍 많아졌다고
낯설어 당황하거나 겁내지는 마
이곳은 길 잃은 새들이
머물다 가기도 한다니까
잊지마
너희는 철새라는 걸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 책의 동시를 읽으면 재미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동시 내용을 상상하고 그려볼 수 있다.
물방울과 물방울이 손을 잡는다 동시처럼,
신선한 내용이 신비하기까지 하다.
다양한 소재의 동시들이 상큼한 언어로 숲을 이룬다.
이런 동시들은 어린이들에게 잘 익은 자양분이고
정신적인 건강을 지켜 주는 녹색 채소 같은 것이다.
-남진원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