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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문예지 《시결》 창간

한국 문단에 또 하나의 문예지가 탄생했다 문인들에게 작품을 발표할 지면을 만들어주기 위해 사재를 털어 희생하는 선배 문인이 계시다는 사실은 든든하고 믿음직한 일이다 좋은 문예지가 결국은 한국 문단을 지키는 힘이 되고 원동력이 되고 지표가 되는 것이다 소위 어떤 잘 나가는 문인들은 마치 자신들이 권위이고 세력인 것처럼 행동한다 아무리 좋은 글을 쓰고 유명한 작가가 되더라도 독자가 없고 지면이 없다면 자신의 글도 묻히게 되고 외면받게 될 것인데, 무엇이 그들을 거만하고 안하무인으로 만들고 있는지 궁금하다 문예지를 발행하는 한 사람으로서 새로 창간한 계간 《시결》이 한국 문단의 중추에서 빛나는 길을 이끌어 가는 등불이 되길 소망한다 창간호에는 최문자 시인의 여는 시, 김금용 주간의 여는 글, 이승원의 서정의 ..

카테고리 없음 2024.04.01

꽃요일의 죽비-이아영 시집

은방울꽃 이아영 초대 받아 먼 길 떠난 조붓한 샛길 누구를 기다리다 해마다 그 자리에 꽃등 내거나 오롱조롱 방울소리 들릴 듯 말 듯 은자골 막걸리 그윽한 맛에 취해 노을빛으로 흔들리네 저무는 성주봉 산기슭 꺼지지 않는 혼불이 되어 천년 어둠 밝힌 꽃등 저리 환하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소, 길들이기 흰 벽을 마주하고 가부좌를 튼다 눈은 반쯤 뜨고 내 무릎을 칠 번개를 찾는다 배꼽 밑 단전에다 숨을 멈추고 내쉬는 동안 허벅지 밑 종아리로 개미 몇 마리 스멀스멀 기어간다 일광욕을 즐기다 시간을 놓쳐버린 지렁일 개미 떼가 어디론가 끌고 간다 잠시 감기는 눈을 치켜 떠보니 처마 끝에 풍경은 잠든 지 한참인데 종각 안에 나래 펴는 그녀는 누구인가 청산은 묵묵히 자리 잡고 있는데 백운은 어디까지 떠다니는지 천..

카테고리 없음 2024.03.27

벼름빡 아고라-한상대 시집

개 같은 마누라 한상대 야생성은 심심찮게 나타나며 인간에게 친숙하다 돈 냄새를 잘 맡고, 귀가 밝아 나의 까치발 귀가를 놓치지 않는다 사고를 쳤을 땐 급 순해진 눈빛으로 날 쳐다본다 잘 짖지만 잘 짖는다고 좋은 개는 아니지 짖을 때도 물기까진 하지 않는다 대개는 아침에 나갔다가 저녁이면 기어들어 온다 간혹 밖에서 자고 소리 없이 들어와 있기도 한다 데리고만 나가면 환장한다 드물게는 나를 보호해 줄때도 있다 평소엔 충성스러운 편이지만 내가 배신했을 땐 피 튀기는 복수를 각오해야 한다 서열이 나보다 윈 줄 안다 내 기분을 어느 인간보다 잘 알아준다 만져 주면 좋아한다 나를 개 취급한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벚꽃 유감 2023 벚꽃 저년 인제군 서화면 천도리 황제다방 강 양 같은 년 헤픈 웃음 사방 흘..

카테고리 없음 2024.03.26

작은 신-김개미 시집

눈 오는 날의 신 김개미 야, 눈 온다! 나에겐 눈을 타고 찾아오시는 신이 있어서 이렇게 눈이 오는 날은 그분의 말씀을 듣는답니다 신의 탄성은 내 마음속의 말처럼 여리고 작지만 신이 눈을 맞고 싶어하시므로 나는 신을 모시고 밖으로 뛰어나갑니다 신이 눈을 밟고 싶어하셔서 나는 아무도 밟지 않는 눈을 찾아 숲으로 숲으로 숲으로 들어간답니다 숲에는 언제나 신을 깜짝 놀라게 할 커다란 고목과 커다란 까마귀가 있고 때로 신과 나는 신을 닮은 사슴을 만나기도 한답니다 나의 신은 나랑은 달라서 추위를 타지 않는데 내 신발이 흠뻑 젖고 내 귀가 꽁꽁 얼어도 내 어깨 위에서 소풍 가는 새처럼 웃으신답니다 내가 좋아하는 떨기나무가 걸어다니는 언덕에 이르러 나의 신은 내 어깨에서 내려와 오줌을 누기도 하시지만 이건 아무에게..

카테고리 없음 2024.03.25

문학매거진 시마 봄호 출간

문학매거진 시마SIMA, 2024년 봄호가 나왔다. 시마 초대석 연극 배우 손숙 편이 인터뷰로 소개되어 그녀의 배우 인생 60년의 여정을 진솔하게 들어볼 수 있다. 시마 SF웹툰 수학여행, 시와 사진 김미희 시인의 오리 새끼들이 길 건너는 법과 김선하 사진작가의 작품이 시선을 끈다. 조성찬의 여행 인문학 '두 엔데로 승화한 집시의 아픔 플라멩고' 유성호의 문학 톡톡, 강태식의 손바닥 소설 '행크', 특별기획 4,3표류기 유수진 작가의 "무명천 할머니"가 박건웅 화백의 만화로 소개되었고, 박해람의 칼로 새긴 시, 김미경의 세계의 시 카리브 제도의 예메 세제르 편이 읽을 거리를 더 해주었다. 정택근의 야생화, 윤성택의 불씨 하나 품고, 이상진의 토지 이야기, 전형호의 법과 이야기가 산문으로 실렸고 시마 초대..

카테고리 없음 2024.03.23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김남권 시집

개정판 시집을 출간하고 사흘 만에 첫 인세가 들어왔다. 사흘 밖에 안 지나 아직은 금액이 적지만 봄을 기다려온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로 다가가고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기쁘다. 어제는 어떤 독자로부터 시집 속에서 "촛농"을 읽다가 촛농을 흘렸다는 문자를 받았다. 사방에 꽃이 피는 것처럼, 삭막하고 각박한 가슴에도 꽃송이가 피어나길 기대해 본다.

카테고리 없음 2024.03.22

계간 연인 2024년 봄호

계간 "연인" 2024년 봄호가 나왔다 특집시로 정호승 강길환 나병춘 신현운 등 7인의 신작시와 행복을 주는 명시 김소월, 이강조의 만화 함께 가는 세상, 후박의 감섬 에세이, 꽃에게 말을 걸다, 노래로 읽는 시, 서정윤 시인의 사진으로 걷는 사유기행, 방귀희의 더불어 사는 세상, 갤러리 연인, 이강조 시인의 꼴값이야기, 박종철 시인의 불암산 편지, 김인수 시인의 시가 있는 인산 편지, 김병중 시인의 해학시, 김경숙 시인의 워싱턴 특파원 보고, 임정희의 춤의 시선, 윤향기 시인의 길 위에서 만난 타인들, 신현운의 사랑하는 사람에게 들려 주고 싶은 명대사 명문구 명언, 윤여택 시인의 LA특파원 보고, 이정해 작가의 삼돌이 마을 행복한 마을 이야기, 정신과 전문의 이근후 박사의 김옥길 총장 회고 이야기, 동..

카테고리 없음 2024.03.20

그래도 봄은 오는데-백영옥 자전 에세이

영화 "서울의 봄"은 천만 관객을 넘기며 1979년 12월 12일을 기억나게 했다. 그 역사적 현장에 있던 특전사 정병주 사령관의 부관 김오랑 중령은 마지막 순간까지 정병주 소장과 운명을 같이 하다가 반란군의 총탄에 유명을 달리하고 말하고 그는 당시 아내 백영옥과 달콤한 신혼의 꿈을 꾸고 있던 시절이다. 백영옥 여사는 그 충격으로 서서히 시력을 잃어 갔고 부산 영도의 한 빌딩 4층에서 자비원을 운영하며 수양 딸을 입양해 힘겨운 나날을 버티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날 실족사라는 의문점을 남기고 생을 마감했다. 선거를 코 앞에 둔 시점에 4층 건물에서 시력을 상실한 사람이 실족사라니, 참으로 개가 웃을 일이었다. 백영옥 여사는 자비원을 운영하면서 백수린으로 개명하고 상처와 슬픔을 온 몸으로 견디며 희생과 봉사..

카테고리 없음 2024.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