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論 박미라 '볼트와 너트'를 '나사'라고 일러줬다 뭐든지 다 알고 뭐든지 다 알게 했다 우산도 없이, 과꽃 모종을 들고 나서며 메밀 싹 같은 이슬비를 웃었다 세상이 떠넘긴 여러 개의 대명사를 지녔으므로 수시로 비틀댔다 틈만 나면 나사를 조이고 다녔다 부엌에도 창문에도 내 종아리에도 나사가 박혀 있었다 가장 많은 나사를 조이고 조인 그이의 몸에서는 입을 틀어막은 어떤 것들이 불씨를 사르거나 탁탁 터졌다 사르다가 만 불씨에 그을려 사계절 내내 캄캄했다 시난고난 견딘 과꽃이 환해지면 배실배실 웃고 다녔지만, 다섯 살에 보낸 어린 것이 별이 되었다는 건 믿지 않았다 도대체 그 많은 나사를 조이고 갔으면서 아직도 남았는지, 오늘은 내 손목에 나사를 조인다 이런, 그이가 두고 간 손이 내 손목에 달려 있었다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