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꽃 이 달 혹독한 겨울을 뿌리로 견뎌야만 봄을 맞이할 수 있다 끝이 보일 것 같지 않은 깜깜한 어둠을 하얗게 지새운 수많은 날들이 지나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곳에서 가지마다 까치발 세워 물길을 내느라 발톱이 다 닳았을 것이다 그렇게 망울망울 붉은 눈물을 머금고 하얗게 하얗게 피어나는 조팝꽃을 마주했다 핏덩이인 나를 낳고 까무룩하게 쓰러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 엄마 곁에서 뽀얀 배냇저고리에 싸여 울음을 터트리던 그날처럼 1,000도의 화장로에 들어가는 아버지를 보고 "니 아부지 어떡하냐 안 된다 안 돼" "뜨거워서 어떡하냐 안 된다 안 돼" 피눈물 흘리며 뜨겁게 통곡하다 이내 실신하던 엄마를 바라보던 조팝꽃 무더기 일흔여덟 생의 마지막 숨결로 뜨겁게 타올라 해마다 사월이 오면 아버지 가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