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꽃바람 김완수 봄날엔 하동에 가야 한다 섬진강 동쪽은 이미 벚꽃의 영토 꽃은 바람을 부르고 바람은 하동에 둥지를 트니 나도 하루쯤 여기서 묵는다 하동에서 구례 가는 길 바람 몰래 길을 나선다 강과 산이 부둥킨 곳이라 나무들은 경계를 모르고 꽃은 화환처럼 피어 있다 내가 하객으로 들어설 때 허겁지겁 달려온 바람이 나무마다 흔들며 봄을 묻는다 나는 하늘거리는 나무 허공에 봄이 폴폴 날릴 때 내 젊은 날들도 따라 흩날리는구나 봄은 하동에서 시작한다 봄빛이 구례까지 이어지고 바람이 한걸음에 달려가도 나는 장터에서 쉬어 가야지 내 여정은 하동을 다시 찾는 것 바람보다 먼저 찾아가리라 봄날이 꿈틀거리는 하동으로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꽃무릇 다음 생엔 꽃무릇으로 태어나리라 외딴 산기슭도 좋으나 무릎 높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