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무 김영석 산은 훤히 자작나무 아랫도리 드러내놓았다 숲은 빛을 가리지 않는다 어둠 속에 숨어서 사냥감을 찾아내는 비린내 나는 포식자의 노란 눈빛 어느 순간부터 노려보고 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쫑긋거리는 떡갈나무 위장진흙 잔뜩 바르고 엄폐하고 있다 서슴없이 빛 먹어 치우고 도토리 퍼트리고 있다 겹겹이 축축한 촉수를 거미줄처럼 늘어뜨린 채 한 놈 걸리면 꽁꽁 묶어 여울에다 가둬 놓고 체액 빨아먹는 시냇물 낙엽 더미에 숨겨 놓은 소리 음흉한 바위 소리죽여 울고 음습한 동굴 속에서 아홉 바퀴 뒷너미하는 흰여우 꼬리 아무리 잘났다해도 너는 맛있는 사냥감에 지나지 않아 조심해 먹잇감 되기 싫으면 숲으로 난 이 길로 들어오지 말아 은사시나무 화살 날릴지 몰라 이제 산은 빛 가려 받지 않는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