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안에 달걀 권혁연 겨울 베란다에서 방금 꺼낸 달걀 떨면서 한 손을 웅크렸다 힘을 더하거나 다 놓지 못하고 둥글게 한 알을 보존시키는 이상한 감정에 내가 낳은 것인가 엉거주춤 서서 부화를 고민했다 놓아먹인 거며 성분을 꼼꼼히 따져 먹던 시절에는 부화하지 않을 뿐 그날의 선택을 믿었고 황백만 있어 신처럼 강했다 하루 한 개씩 무한 달걀을 깨 먹고 부활을 믿지 않는 신자처럼 아슬아슬 살면서 내일은 두 개의 동그라미가 완성될 것을 모레는 네 개의 동그라미가 완성될 것을 기원하였다 기원을 찾아 가면서 만들어진 동그라미들 난좌에 앉아 난황이 썩어 가고 냄새를 견디는 일상들 기도가 될 때까지 경계선 주변을 서성거렸다 날달걀은 나로부터 계속 멀어지고 나의 기원은 지금부터다 속으로 웃었다 부화를 기다리거나 삶을까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