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으로 간 구절초 한명희 무서리 내리기 전 가을이 아홉 마디로 자랄 무렵 하늘로부터 가장 낮은 자리 가지런히 침목枕木을 이어 달리는 기차는 산모퉁이로 긴 꼬리를 감추고 사라졌다 더 멀어지지 않는 평행선 철로를 따라 둥지를 찾아 귀소하는 새들은 바람보다 앞서 날아갔다 최선을 다해 가까워지는 오래된 목적지를 향해 그리움의 레일위를 달리다 보면 풍경은 기억의 원형을 바꾸어 재생되었다 자라지 않는 유년의 간이역에서 물끄러미 하행선을 바라보며 참았던 눈물이 구전초의 구름머리 사이로 흐드러졌다 어머니의 굽은 등에 업힌 낮달이 갈참나무 가지 사이를 빠져나가는 사이 추억은 기차를 타고 내 마음 깊숙이 경적을 울렸다 어둑해지는 간이역 시간 밖에서 날 저무는 줄 모르고 걷다 마주친 아홉 마디 그 꽃은 어머니의 말간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