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의 둠스데이 문정영 매일 술을 조금씩 먹고 자랐다 서른 마흔 나이 먹으면서, 좁은 이마에 띠를 두르고 달리기하면서 술병 뒤에 숨어 독작하였다 어떤 것이 사라질까 두렵지 않다, 술잔에 이야기하였다 폭음을 싫어한다는 말에 꽃잎이 혼자 웃었다 지구의 종말은 비둘기가 먼저 알 거야 뱉어놓은 술 찌꺼기를 가장 많이 먹는 짐승은 위대하니까 간에서 자라는 물혹들이 가끔 물었다 내가 자란 만큼 술은 사라졌는가, 아니 빙하가 녹는 속도를 묻는 게 빠를지 몰라 불안한 공기를 뱉으며 키가 줄었다 몸속에 들어와 숨쉬기 곤란한 질문이 이별이었을까 저녁을 감싸고 있는 술잔들이 따듯해졌다 좀 더 놓아버릴 것들을 찾아야겠다고 실언했다 더는 당신이라는 말을 술병에 담지 않겠다고 자정 지나 혼잣말하곤 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