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 은유 권지영 울적한 나날을 사흘 나흘 보내다가 불현듯 왈칵 쏟아내며 파안대소하는 비는 하늘의 웃음이다 목마른 땅, 쩍쩍 갈라진 농부의 가슴 보듬고 귀한 젖을 물려주는 비는 하늘의 모성애이다 생의 고달픔에 허덕일 때 어깨 토닥여주고 한없이 슬플 때 함께 서럽게 울어주고 더없이 기쁠 때 시원하게 박수 보내 주는 비는 온정을 베푸는 키다리아저씨다 실처럼 가늘거나 장대처럼 굵거나 귓전을 때리거나 한없이 고요하거나 수직으로 질주하거나 안개처럼 스며들거나 부드럽게 젖어 들거나 투박하게 때리거나 언제 어떻게든 변화무쌍한 비는 능력자다 비는 알면 알수록 깊어지는 순환계의 따뜻한 마법사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기다림 기다림은 나와의 약속! 내 작은 뜨락에 목마른 풀이 자랐다 어느새 기다림은 삶의 일부로 박혀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