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 이희국 몇 겹의 고요가 침목처럼 깔려 있다 이곳은 뒤를 돌아보지 않는 시간과 오래도록 바라보는 사라진 방향만 있다 철길이 모퉁이로 휘어지던 그때 하늘의 귀퉁이가 우두득 뜯어지고 허공이 다 젖었다 난청의 계절 시간은 귀가 어두워 먼 길 한 바퀴 돌아온 봄의 표정이 철길에 노랗다 접힌 마음은 어느 지점에서 환승했을까 떠난 이들은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다 뒷산 진달래가 붉은 손을 흔들고 기억의 간이역으로 또 누군가 스쳐간다 펴지지 않는 주름진 시간도 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묵향 밤이슬 연적에 가득 부어 오래도록 먹을 간다 온 밤 그려봐도 끝내 다 그리지 못했다 붓 닿는 자리마다 간절한 염원이 젖어 가고 한 촉 한 촉 그리움 향으로 번져나도 결국은 피지 못한 꽃으로 남아 빛을 향한 바람만 또 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