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림 한영희 잠자리 한 마리가 거미집에 들어와 어름*으로 거미의 혼을 빼놓고 있는데 길고양이 밥자리를 놓고 숨박꼭질 놀이를 시작한다 스무 날쯤 굶어 기어갈 힘조차 없는 거미와 바람을 노래하는 어름꾼이 하나가 되는 시간 날개옷을 입어도 먹이로 결정되는 줄타기의 법칙 냄새를 버리는 사람들 허기를 먹는 고양이들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배를 보며 포식자라는 이름이 달리는 것인데 가슴 뛰는 숨소리는 탄력을 묘사하고 물이 빠져나간 껍질을 바람의 등에 실어 보낸다 치워진 밥그릇은 어디에 숨겨놓아야 하나 *남사당놀이의 줄타기 재주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저수지의 내력 발을 담그고 있는 버드나무 한 그루 긴 머리카락을 흔들고 있다 바닥을 허옇게 드러낸 여자의 맨살 위로 버들강아지들이 살망 살망 내려앉았다 몸이 불어나던..